유사시 미군 자동개입 싸고 진통/한·미 전시지원협정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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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측 명시 요구에 미선 난색/「돌발사태 지원범위」미측 요구 수용
최근 한미 양국간에 「전시주류국지원협정」(WHNS=Wartime Host Nations Support) 체결을 놓고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발의=협정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기존에 구축돼 있는 연합군사 지휘체계에 따라 주한미군 외에 파견될 미 증원군에 대한 군수 및 노무 등 근무지원을 한국측이 제공함으로써 전쟁초기 빠른 전투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이 이 협정의 체결을 처음 거론한 것은 85년 5월 제1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였다.
미국이 당시 제의했던 내용은 「한미 연합군의 전투력 향상과 양국간에 체결된 기존 각 분야의 지원협정 및 가용자원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상호방위조약에 의거,전쟁초기 전투군 위주의 증원군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한국은 가용범위내에서 군사 및 민간자원을 포함한 전투근무지원을 미국측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제의에 대해 한국은 군수지원범위가 워낙 포괄적인데다 자칫 부담이 너무 커질 경우 국내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선뜻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당시 미국은 자국내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해외주둔 미군감축 등 비용절감에 노력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분담금을 늘려줄 것 등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어차피 국가안보를 함께 책임져야 할 입장인데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반미운동 등과 관련,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동등한 군사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입장에서 이 협정의 필요성에 결국 원칙적인 동의를 했다.
◇협상=이에 따라 87년 5월 양국 국방장관간에 양해각서가 체결되고 9월에는 국방부내에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이어 88년 12월 외무부의 의견이 반영되고 89년 10월 양국간 실무안이 작성됐으나 지난해 3월 대폭 수정을 거쳐 11월 제2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내에 협정을 체결한다는 일정에 합의했었다.
◇논란=그러나 이같은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이 협정체결시 전시비용의 무한정 우려와 전시를 위한 평시부담,미군의 세계적 발진을 위한 기지화 우려 등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마지막 정리단계에까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 여부 ▲협정의 발효대상 시기와 그 상황판단 정도 ▲지원범위 ▲비용분담의 원칙 등 크게 네가지.
우선 이 협정의 전제가 되는 미국의 증원군 파견에 대해 우리측은 그동안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을 명시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측은 상황에 따라 파견부대 및 규모 등이 다르고 그 판단 역시 의회승인 등 자국내 헌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자동개입조항의 명시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상호 가용한 범위내에서 상호협의에 의해서 한다」는 협정기본정신에 맞춰 「외국의 무력공격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증원계획을 유지하며 부대전개목록을 한미 연합사작전계획에 명시」하기로 하고 이에 대해 한국도 「전시주류국 지원을 제공한다」가 아닌 「제공할 계획을 유지한다」로 명시키로 대체적인 합의를 봤다.
또 지원시기에 대해서도 미국이 전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평소 항만이나 도로시설 등을 요구할 수도 있는 점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의 동원령이 선포시로부터 미 증원군의 전개 후 미국 군수부대 도착시까지 한시적으로 하고 그 상황판단도 한미군사위원회(MCM)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결국 양국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내지 정부간 합의에 따르는 것으로 돼있다.
따라서 평시에는 우리측도 계획만 유지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미 증권군이 올 때를 대비해 군량미를 미리 비축한다든지 하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전망=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협정의 준비태세를 검증한다는 명분 아래 2년마다 한차례씩 양국간 군수지원훈련을 한국측 비용부담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미국의 증원군 파견에 따른 부대전개목록(TPFDL)이 세계정세와 지역상황에 따라 2년마다 미국에 의해 검토되는 것이고 우리측은 미국으로부터 이를 넘겨받아 유지하고 있는 계획을 맞추면 되는 것일 뿐 별도의 훈련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연례계획으로 실시되는 팀스피리트 같은 합동훈련 때도 양국의 합의에 따른 범위내에서만 지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원범위에 대해서도 양국은 ▲기존에 개별적으로 돼있는 협정들을 재검토 후 합의해 부록에 명시하고 ▲법적절차를 밟아 추가해야 할 사항과 ▲예기치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유용성 있고 가능성 있는 부문에 대해 합의해 포함시킬 것 등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눠 이미 대체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특히 기존 협정부분에 대해서는 창군 이래 6·25 등을 통하면서 서한형식에서 비롯된 것 등 모두 3백40종이나 되는데 이 가운데 전시주류국 지원협정에 포함시킬 대상은 대략 80여종이나 된다.
이들 기존협정에 대해 당초 외무부 등에서는 이번 협정에 명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자동폐기되는 것으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미측이 국제관례를 들어 강력히 반대의사를 포시해 결국 미측 의견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기치 않은 부문에 대한 것도 조약상 함정이라는 주장을 폈으나 전쟁이란 특수상황을 감안,유용성 있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키로 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비용문제에 대해 우리측은 당초 상호분담하고 세부내용은 건별로 하자는 원칙을 주장,미측이 분담원칙에 동의했으나 세부내용은 추가협정 또는 세부이행절차 체결시 케이스별로 채택키로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용분담을 50대 50으로 명시하자고 했으나 획일적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같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과제=결국 한국으로서는 평시 뿐만 아니라 전시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최대한 지킨다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미국이 서독 등 다른 나라들과 이같은 협정을 맺으면서 분담규모 등을 특정시킨데 비춰볼 때 차등대우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양국은 그동안 실무차원에서 대체적인 마무리를 짓고 현재 미국에서 중요쟁점 정리를 위한 최종협상을 진행중인데 이것이 끝나는대로 오는 9월 제23차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합의각서(MOA)를 교환한 다음 각각 의회승인 등 국내 법적절차를 거쳐 내년초부터는 발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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