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지위향상 법 교사들은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교육계의 최대 현안이었던「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된지 3년만에 빛을 보게됐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3일 여당의「날치기법안」가운데 하나로 처리된 이 법안은 그러나 다분히 선언적 성격이어서 과연 지위 향상에 실효가 있겠느냐는 회의의 시각이 많다. 특히 교총에만 정부에 대한 단체교섭 협의권을 준데 대해 전교조 측이 반발,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법안의 내용과 교총·전교조 양측의 입장을 알아본다.
◇법안내용=13개조와 부칙으로 이뤄진 이 법안은 ▲교원지위 및 급여우대 ▲교원신분보장 ▲학교안전관리공제회설립 ▲교원징계재심위 설치 ▲교총에 교섭·협의권 부여 ▲교원지위향상심의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하고있다.
특히 이 가운데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학교장의 동의없이 학원 내에서 체포되지 않는「불체포특권」을 명시한 것은 상징적이나 학원과 교직의 신성보호라는 측면에서 의의 있는 규정이다.
또 법률이 정하는바에 따르지 않고는 휴직·해임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권침해사례 20건중 신분상의 피해가 13건으로 절반을 넘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교육계로선「안전장치」가 하나 생긴 셈이다.
이와 함께 이 법안은 학교안전공제회를 설립, 운영토록 해 근래 자주 발생하는 교내 안전사고에서 치료·보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지난해 전국의 교내 안전사고가운데 교육부에 보고된 중요사고 5건 모두 피해자 자비 치료였던 것으로 조사돼 공제제도 운영은 필요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교원의 근무조건·복지후생 등 개선을 위해 교총에 교섭 협의권을 주어 교육감 또는 교육부장관과 협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 같은 교원의 신분 및 안전관련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노력한다』『배려한다』는 등 추상적 표현으로 일관, 일선교사들은『말로만의 지위향상』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교사불만=교원지위향상의 지름길은 사회·경제적 처우개선임에도 현 법안은 구체적인 사회적 지위보장 및 보수에 관해「소극적」이라는 일선교사들의 지적이다.
교원예우조항은『존경받고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고 교원외 학생지도에 대해서도『권위가 특별히 배려돼야 한다』는 등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에 대해서는『특별히 우대돼야한다』고 했을 뿐 구체성이 없다.
『교직 최고호봉인 40호봉의 봉급이 82만7천원으로 일반직 공무원 최고호봉 1백2만원보다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증권사 등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70만∼90만원을 받는 현실에선 그저 서글픔만 느낄뿐』이라는 것이 교단의 항변이다.
교총 측은 당초 교육부와 법안 협의과정에서 본법에「교원의 수당은 별도 교원 보수 규정에 따른다」는 조항의 삽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전체 공무원의 보수체계에 혼란이 온다』며 이를 제외, 현재 작업중인 시행령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특별우대」는 말뿐인 셈이다.
또 이 법안 가운데 논란이 됐던 교섭·협의권은 한국교총에만 독점적으로 부여, 전교조를 중심으로 젊은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교조 측은『교원노조 탄압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일부교사들은 『교총의 그동안 행적이 어용·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했던 점으로 미루어 과연 정부측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겠느냐』는 시각이다.
곧 교섭협의권이란 신조어로 단체교섭권을 희석시킨 채 교육계를 정부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과제=서울 신암중 백금주 교사(33)는『예우나 보수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근무여건의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법정수업시간을 훨씬 초과한 과중한 근무부담을 줄일 수 있게 부족한 교사충원·과밀 학급해소 등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다.
교육부 김상권 기획예산담당관은『올해 교육예산 6조5천억원 가운데 90%가 인건비로 시설개선·교육환경정비 등은 엄두를 못 낸다』고 실토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예산의 뒷받침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섭·협의의 당사자인 교총측도『교원지위법을 뒷받침할 우수교원확보 법·학교시설투자 촉진법 등이 조속히 입법돼야 틀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박종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