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개각/택일만 남았다/청와대 부인에도 대세로 굳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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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질폭·후임싸고 소문 무성/유연성·능력 겸비한 인물선정에 고심
시국수습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내각퇴진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측이 강경하게 퇴진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대세는 노재봉 총리의 교체쪽으로 흐르고 있다.
17일 노태우 대통령과 회동한 김영삼 민자당대표도 사퇴불가피론을 건의하고 각계 원로들도 민심소재 파악을 강조해 노내각개편은 시기와 방법만 남아있는 것같은 분위기다.
○…노재봉총리 퇴진문제가 여권내에서 긴박감을 더해 가는 가운데 17일 오후 예정된 노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가 가장 초점.
김대표가 건의할 시국수습책은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 내각퇴진 문제의 보다 분명한 윤곽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지난번(11일)회동에서 김대표는 노내각 쇄신을 기본으로 한 수습방안의 줄거리를 내놓은 만큼 『새로운 사항은 없을 것』(김윤환 사무총장)이며 지난번 건의내용을 보다 강도있게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우선 지난 15일 당무회의의 분위기를 토대로 『괴롭지만 민심수습 차원에서 단안을 내려야한다』는 식으로 대통령의 결심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대표의 측근인 김덕용의원은 『11일 회동은 김대표의 개인적 의사표명차원이었지만 오늘(17일)은 내각퇴진문제에 대한 당내 기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김대표는 『내각은 흔들려선 안된다』『문책인사는 더이상 없다』고한 노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통치권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고 『그러나 인사의 시기를 실기하면 안되며,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총리경질을 야당에 밀려서 할 수 없다는 청와대측의 고민에 대해 민심불안에 대한 면모일신차원에서,그리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평가하는 차원에서 개편의 명분을 찾을 수 있음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표가 이날 회동에서 총리의 후임문제까지 거론할 것인지가 관심이나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개편건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후임문제까지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분석.
그러나 당내에서 벌써 노총리 후임자의 성향을 점치며 설왕설래.
한 당직자는 『노내각이 강성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진 부정적 측면을 씻으면서 한편으로 집권후반기의 통치기반약화를 방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후임자선택에서 인재난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망.
김종필 최고위원의 측근의원은 『노내각이 사퇴하면 레임덕(집권후반기 권력누수현상)이 온다는데 중후함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나서면 이같은 우려를 씻을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다른 고위 인사는 결국 노총리와 같은 스타일의 추진력을 갖춘 실무형을 기조로 하되 이미지면에서 유연성쪽을 좀더 갖춘 인물군에서 후임자가 물색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표가 노총리퇴진과 함께 여권의 대폭쇄신을 건의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노총리등장 이후 국정운영의 기조가 정치력이 아닌 공안우위로 흘러가고 이를 청와대 비서진과 안기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김대표가 불만을 토로해 왔기 때문.
이 때문에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공유와 강성이미지 탈색측면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안기부의 개편문제가 민주계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실정.
그러나 김덕용의원은 『지금 해결해야할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김대표가 파악하고 있다』고해김대표가 인사확대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17,1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노대통령과 오찬을 같이하며 시국수습책을 논의하는 사회 각계원로와 정계원로들은 정부가 우선 민심동향을 정확히 파악,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구동성.
17일 낮 오찬에 참석한 고재필 전 보사부장관,현승종 교총회장,양호민 한국논단발행인,김홍수 변협회장,정준 제헌의원,손인실 한적부총재등은 『난국수습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읽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
김홍수 변협회장은 『현시국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심동향을 제대로 읽어야한다』고 강조한후 『정부가 집시법등을 입법정신에 맞게 운용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
정준 제헌의원은 물가등 민생문제를 제기했고 현승종 교총회장은 『교사들도 시국성명을 자제하고 정부도 강경대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
현회장·손인실 한적부총재는 『서로 한발짝씩 물러 대화를 통해 난국을 풀어가야 한다』고 역설. 손부총재는 『과거의 축적된 비리가 어떤 단계에 터졌다고 현 내각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소수론을 개진.
그러나 이철승·이민우·유치송·이만섭씨등 구 야권원로들은 민심수습을 위해 노내각개편등 구체적 시국수습책을 제시.
이철승씨는 『국민이 정부도,좌익운동권도 안믿는 공동화된 무관심상태가 현시국의 구조적위기이며 정권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차원의 위기』라고 전제,『정부는 이 병세의 맥을 정확히 짚어 처방해야 한다』고 역설.
이민우씨는 『정부가 확고한 정책을 갖고 소신있게 추진해야지 이 눈치 저 눈치 봐서는 안된다』며 『훌륭한 사람도 때로는 시류에 밀려나는 수도 있다』고 민심수습을 위한 노내각의 용퇴를 촉구.
이만섭씨는 『대통령은 수에 밀려서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새 출발의 전기로 삼기위해 노내각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국불안 요인이돼온 개헌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할 것』이라고 제시.
이씨는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물가·주택·부동산가격안정·치안문제등 민생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빈부격차의 해소와 분배정의실현에 보다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강조.
○…노태우 대통령이 16일 노재봉 총리를 면담한 직후 대변인을 통해 개각불가의사를 확실히 했음에도 불구,오히려 개각이 기정사실처럼 보도되는등 전체적 반향이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타나자 청와대측은 아주 곤혹스런 표정.
개각불가피론자들은 『안한다고 했다가 결국은 단행했던 과거의 전례 때문』이라며 『이제는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관측.
반면 개각절대반대 주창자들은 『야당은 차치하고라도 체제전복세력이 꾀하는 바가 뻔하고 그다음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가 충분히 예상되는데 이번에 밀리면 무슨 수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며 『개각은 사실상 끝장을 의미한다』는 말로 개각가능성을 완강히 부인.
이들은 『노대통령의 결심은 너무나 확고하다』면서 『개각임박보도는 오보로 귀결될 것』이라고 장담.
이같이 뒤숭숭한 가운데 민자당 출신 중진 C씨,P씨등과 외교관 출신 L씨등 총리 하마평과 교체대상각료 및 후임 인선내용이 나도는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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