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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선…레슬링, 심권호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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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했다 다시 매트에 오른 레슬링과 유도의 두 동갑내기 천재가 청주에서 함께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올림픽 금메달 2개 등 2개 체급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작은 거인' 심권호(31.주택공사)는 12일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레슬링 1차 대표선발전 55㎏급에서 임대원(삼성생명)에게 4-7로 져 예선탈락했다.

전성기 시절 국제대회 포함, 47연승의 화려한 업적을 남긴 유도의 간판스타 윤동식(31.마사회)도 청주문화예술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통령배 유도선수권대회 남자 81㎏급 2회전에서 김민규(한국체대)에게 진 뒤 패자전에서도 권영우(한양대)에게 한판패했다.

심권호의 이날 경기는 무려 3년 만의 복귀전이었다. '작은 거인'심권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2체급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후 은퇴했었다.

올림픽 3연패를 위해 은퇴를 번복한 심권호는 지난 5월부터 훈련을 재개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1차전에서 보여준 심권호의 모습은 3년간 쉰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승일(용인대)을 일방적으로 공략한 끝에 11-1의 테크니컬 폴승을 거뒀다.

2차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심권호가 3차전에서 만난 임대원은 벅찬 상대였다. 올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로 국내 최강자인 임대원에게는 옆굴리기.들어던지기 등 여러 기술을 허용하며 초반부터 밀렸다. 찬스도 있었다. 특유의 센스로 공격하는 임대원을 순간적으로 역습해 거의 완벽한 폴 자세로 몰아 넣었으나 힘이 달려 공격을 끝내지 못했다. 관계자들은 "체력도 기술도 올림픽 우승할 때 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권호는 "내년 2차 선발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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