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미련 못 버려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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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야구의 아마는 물론 프로에서 일세를 풍미한 슈퍼스타 최동원(최동원·33·사진) 이 젊음을 불살라온 야구인생을 마감하면서「미련과 아쉬움」때문에 멈칫하고 있다.
최는 광역의회 출마제의를 받아놓고 있으나 야구에 대한 끈끈한 정이 남아있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고심하고있다. 이에 따라 최는『야구도 선수든 코치든 병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최는 지난 8일 그 동안 몸담았던 삼성구단으로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타 구단 입단도 가능해졌다. 부산자택에 있는 최동원을 전화인터뷰로「스포츠초대석」에 초대했다.
-다른 구단으로부터 입단제의를 받고있는지.
▲제의는 왔으나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주변에서는 고향 팀인 롯데에서 끝마무리를 장식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주문을 하고 있다. 나 자신도 연봉이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고향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의 체력이나 기량으로 보아 롯데에서 환영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데….
▲물론 볼의 스피드는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투수는 볼만 빠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노련한 경기운영이나 볼 배합만으로도 훌륭한 투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으로 이적한 후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나 성적을 못 낸 것은 사실이다. 연습을 꾸준히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모교인 경남 고에서 후배들과 함께 2시간씩 훈련하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앞서 말 한대로 성적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싶을 뿐이다. 체력은 현재 이상이 없다.
-프로야구선수를 하는 동안 아쉬웠던 때는 없었는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 전(대LG)에서 7-0으로 뒤지던 5회 패전처리로 나섰을 때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갈채를 받으며 선발로 나서던 전성기 때의 모습이 아른거렸으나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팀을 떠나 어떻게 소일하고 있나.
▲오전에 후배들과 체력훈련·투구연습을 하고 오후2시부터 일어·영어학원에 나가 외국어를 배우고있다.
외국어공부에 열중하는 것은 그 동안 야구에만 빠져 세상일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광역의원 공천제의가 있었다는데….
▲지난 3월초 민주당 서구지구당 임정남위원장이 집을 찾아왔었다. 갑작스런 제의에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고 나의 어떤 면을 보고 공천을 고려했는지 궁금했다.
당시 임 위원장은 내가 부산일보 노조결성 사태 때 금일봉을 전달하고 격려한 것, 프로야구 선수회 구성 등에 적극적이었다는 점등을 들어『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됐다』 며 선거 출마를 제의했다.
그후 민자당 쪽에서도 간접적으로 제의가 있었으나 민주당 쪽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젊은이가 의회에서 일하자면 아무래도 야당 쪽이 양심상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잘못된 정책까지 잘했다고 해야하는 여당의원은 양심상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거준비는 돼있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결심을 굳혔으니 차차 준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에 대한 내 자신을 정리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고향 팬들 앞에서 유니폼을 입고 최선을 다한 후 조촐한 은퇴 식을 갖는 최동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 시기는 언제쯤이 될 것인가.
▲구체적인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 아직 체력적으로 한계에 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힘이 남아있는 한 끝까지 야구선수로 뛰고 싶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44세의 놀런 라이언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해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은퇴 후 진로는 생각해 보았나.
▲사실 올해 연봉계약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유학 등을 모색, 진로를 바꿔보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외국어 학원에도 나갔었다. 프로야구 지도자의 길도 고려해 보았으나 아직 결정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광역의회 선거가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당선될 경우 정치인의 길도 심각히 검토해 볼 생각이다.
-어느 구역에서 출마하게 되나.
▲출생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서구 제1지구가 될 것이다.
-현재의 심정은.
▲야구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뼈아픈 말은 『야구선수라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평이었다. 이번 공천제의를 받고도 야구계에서 구설수에 올라 고민했다.
그러나 이왕 출마를 결심했으니 열심히 뛰어 야구선수도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끝으로 프로야구 출범당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자」는 취지를 다짐했듯이 의원에 나서면 지역주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싶다.<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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