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열린우리당 잘 돼가는지 모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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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관련, "나도 지금 이게 잘 돼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것을 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 그런데 나더러 배신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내가 당선됐을 때의 정치구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과 청와대에서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다. 金의장이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민주당의 지지자를 분열시키고 민주.개혁세력을 약화시킨 역사적 죄악"이라고 한 데 대해 盧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고 金의장이 전했다.

간담회에서 盧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법 등 3대 특별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盧대통령은 李의장이 총선 전인 내년 2월까지는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를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자 "기술적으로 그때까지 하는 것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농담조로 "지방과 수도권의 빅딜이 필요한 만큼 (한나라당도) 정치적 계산을 잘해야 할 것"이라며 "아예 한나라당이 부지 선정을 맡아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丁의장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제대를 앞둔 장병들을 보내면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냈다.

이날 간담회에선 盧대통령이 "정책 공조를 긴밀히 하기 위해 내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받아주겠느냐"고 묻자 李의장이 "갑자기 여당이 되는 건데 마다할 리가 있겠느냐"고 답하는 등 몇 차례 농담도 오갔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에 경제수석을 신설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李의장의 제안에 盧대통령이 "한나라당이 동의하면 신설하겠다"고 했다고 한나라당 측이 밝힌 데 대해 청와대와 金의장 등은 "농담으로 주고받은 말"이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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