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별거노인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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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핵가족화 경향의 심화로 자식과 떨어져 홀로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가족내 과제로 떠 맡겨져 왔던 노인문제가 빠르게 사회문제화 되고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노인문제 학술세미나「미래사회와 노인복지정책」에서 백창현 대한 노인회부회장은「노인문제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인들의 노후생활의 여러 형태의 변화를 전망하고있다.
백창현 부회장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노인문제 발생의 주된 원인은 핵가족화에 따른 전통적 가족부양기능의 약화로 노인문제가 사회로 급속히 떠넘겨지는데도 정부 및 사회복지 단체 등이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지난해 전체인구 4.73%인 2백2만6천명이고2000년에는 2백97만2천명으로 늘어나고 2020년에는 11.45%인 5백74만6천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서울시가 8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노인의 24.1%가 자녀들이 있음에도 같이 살고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지역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각해 같이 살지 않는 경우가 35% 내외에 이르고있다.
전국적으로는 28%의 노인들이 자녀들과 떨어져 살고있는 실정이며 2000년에는 이들의 비율이 40%에 이를 전망이다.
노인들의 가치관도 많이 달라져 과거의 자식과 함께 사는 생활방식을 탈피, 다소나마 생 활 능력이 있는 노인들은 가치관이 다른 자식과 동거하기보다는 별거를 택하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요즘 노인들은 대개 한창 활동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기존의 사회제도 및 관습에 따라 노동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정 내에서의 역할마저 상실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앞으로 노인들이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생활형태가 보편화되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보다는 형제자매간의 접촉빈도가 높아지고 더 의지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노후생활기간의 연장은 노인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생활하게 만들어 각종 사회봉사활동이 활발해지고 자서전집필, 족보정리 및 종친회활동, 각종기념사업 등이 노인들의 새로운 여가선용 영역으로 자리잡아 갈 것이다.
반면에 노인들을 소비자로 하는 실버산업이 번창하게되어 노인주택, 건강식품, 노인관광 등이 성행하는 한편 실버제품 및 용역의 소비자가 못되는 노인들의 빈곤·고립감이 더욱 커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재정부담 증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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