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살림살이 주민 스스로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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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국에서 학생당 사설 학원 수가 가장 많은 자치단체(광역)는 어딜까? 교육 1번지 강남을 끼고 있는 서울이 아니다. 울산광역시가 학생 1만 명당 학원 수가 109.9곳으로 가장 많다. 서울은 77.8곳에 그쳤다.

주민 수에 비해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가 가장 빈번한 지역은 제주도다. 2005년 기준으로 주민 1만 명당 163.19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경찰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주민 수는 658명으로 전국 평균(583명)을 훨씬 웃돈다.

대전광역시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는 105.3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하지만 전체 사고 중 뺑소니 비율은 9.06%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살림살이의 사소한 정보까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광역과 기초 지자체로부터 입수한 247개 항목의 자료를 한 곳에 모아 공개하는 포털 사이트 '열린자치(www.laiis.go.kr)'를 10일부터 운영한다. 해당 자료는 1년 단위로 행자부에서 매년 5월에 갱신한다.

◆주민 참여의 기초자료=지금까지 지자체 살림 내용을 알려면 정보 공개를 청구해야 했다. 하지만 어느 행정기관에 어떤 정보가 쌓여 있는지 알기 어려운 주민들로서는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수의계약 실적, 업무추진비 사용 규모 등 민감한 자료는 지자체가 공개를 꺼려 행정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열린자치' 가동으로 이런 마찰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자체의 공무원 수, 학교 수, 문화공간 등 기본적인 현황은 물론 성과.재정.조직.감사 등 5개 분야 247개 항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은 "주민 스스로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감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별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지표마다 지자체별로 전국 최고와 최저, 평균치가 함께 표시된다. 또 특정 지표에 대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와 비교한 결과도 곧바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의 주민 한 사람이 부담하는 공무원 인건비는 17만2000원이지만 강남구는 14만7000원밖에 안 된다. 살림을 제대로 못한 단체장들은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는 주민들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삶의 질' 정보는 아직 보완 중='열린자치'에 수록된 정보는 주민들의 사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이사하기 전에 지자체별 공원 현황을 비교해 쾌적한 곳을 고를 수 있다. 학업 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교사당 학생 수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삶의 질에 직결되는 정보가 부족하다. 119 신고 후 소방차가 도착하는 시간은 기초 지자체별로 비교해야 하지만 현재는 광역 지자체 정보로만 수록돼 있다. 유아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국.공립 보육시설 수다. 하지만 '열린자치'에는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와 같은 정보만 들어 있다. 권혁인 행자부 지방행정본부장은 "일단 사이트를 개설한 뒤 여론을 수렴하며 필요한 지표를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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