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꼬이나 풀리나|각종 현안에 대한 정부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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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남북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남북간 각종 현안에 대해 제의·역 제의가 거듭되는 등 사안마다 복잡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간 주요 대화와 제안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를 전문가들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다.
북한이 이번 평양 IPU 총회에서 우리 대표단에 「각급 남북대화 재개」를 강력히 시사해 남북대화의 재활성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남북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정리해본다.
◇남북 고위급 회담=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세 차례에 걸쳐 회담이 열렸었지만 남북 모두 제안과 역 제안만을 거듭해 이렇다할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쌍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쟁점의 소재는 ▲남북이 대학에 임하면서 준수해야할 「기본원칙」채택 문제 ▲교류 및 신뢰구축과 정치·군사문제 논의의 우선 순위 ▲당면과제에 대한 남북의 차이들이다.
남측은 기본원칙으로 1차 회담에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2차에서는 1차 회담 안의 수정안을, 3차 회담에서는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제의했었다.
논의의 우선 순위와 관련, 선 신뢰구축 입장에서 1차 회담에서는 「다각적 교류협력 실시 방안 및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2차 회담에서는 「통행·통신·경제교류 협력에 관한 방안」(3통 협정) 및 「교류협력 협의회와 정치·군사협의회 실치」를 3차 회담에서는 「정치분과위에서 불가침선언의 논의」를 제안했고 당면과제로는 2차 회담 때 ▲북의 대남 혁명노선 포기 ▲이산가족 문제의 우선 해결 ▲경제교류 협력을 제시했었다.
북측은 기본원칙으로 1차 회담에서 「3개 원칙」(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을, 2·3차 회의에서는 「남북 불가침 선언」을 제의했고 논의의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1차 회담 때 선정치·군사문제해결 후 교류협력 입장을 분명히 한 뒤 2·3차 회담 때는 「불가침 선언 논의 때 우선 순위 문제를 안건으로 토의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당면 문제로는 ▲유엔가입 문제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문제 ▲방북 구속자 석방 문제를 제기했었다.
정부는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뒤 다각적 교류를 통한 신뢰구축→북한 사회개방·변화유도→정치·군사대치 상태 해소라는 기본전략을 갖고있다.
◇민족통일 정치 협상회의=북한은 91년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를 통해 민족통일 정치협상회의를 제의했고 지난 1월8일에는 민자당 등 27개 정당·사회단체에 회의 개최를 촉구했었다.
정부는 정치 협상회의가 「야당·민간과 정부의 대립을 조장하고 이들의 불법 방북을 유도, 궁극적으로는 고려연방제 실현을 위한 대중선동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는 또 북한의 정당·단체들이 통일문제를 협의할 자격이 없으며 당국만이 통일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정부는 이 방안(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이 본질적으로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 전략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본다.
최근 북한이 연방제를 수정, 우리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에 접근하고 있는데 대해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이 통일 방안을 정치협상 회의에서 협의하자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은 대남 혁명 위장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불가침 선언 채택=북한은 74년 이후 최근의 고위급회담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불가침선언 채택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남북 대립상황 아래에서는 최소한의 신뢰조성 및 실천의지·보장 조치가 없는 불가침 선언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고위급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뒤에나 불가침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축=북한은 88년 11월7일 「평화보장 4원칙 및 포괄적 평화보장 대책」을 제의했고 90년 5월31일에는 「조선 반도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을, 91년의 신년사에서는 「군사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제시하는 등 실현성 여부에 관계없이 군사문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왔었다.
정부는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간의 대화를 통해서라면 군비통제를 포함, 신뢰조성이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어떤 문제라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북한은 70년대 말부터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주장, 86년 6월23일 「한반도 비핵지대화 창설협상」을 제의했고 89년 11월9일에는 「핵무기 철수논의를 위한 남·북·미 3자회담」을 제의했었다.
정부는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비핵지대화를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비핵지대화 논의는 ▲남북관계의 현실 및 동북아 안보구조에 대한 고려 ▲핵 전쟁위협 제거에 대한 주변국가의 보장 ▲전쟁방지에 대한 남북간의 명시적이고 실질적인 합의 등이 있은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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