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틈타 환경법 슬쩍 후퇴/처벌강화 특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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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업활동 위축” 처리 유보/이번 회기중 통과돼도 처벌강도 크게 약화될듯/군소정당 정치자금 배분 법안도 없었던 일로
「강경대군 치사정국」으로 온 정치권과 사회의 관심이 한곳으로 쏠린 틈을 타 국회가 「환경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의 처리를 유보해 페놀유출사건 이후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를 앞장서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정부가 스스로 성안,민자당과의 당정회의까지 거쳤는데도 국회법사위의 민자당소속 의원들이 「법체계 불합리」의 이유를 들어 법사위 통과를 유보시켜 여권스스로 자가당착을 범한 것으로 지적된다.
법사위(위원장 김중권 의원·민자)는 6일 교원지위향상법등은 기습통과시켰으나 여야 합의로 미루기로 한 경찰법안을 처리 연기하는 한편 「환경범죄에 대해 양벌규정등 무거운 처벌을 할 수 있도록」한 특별조치법안은 소위원회에서 재심의토록 했다.
특별조치법안의 양벌규정은 ▲환경범죄 기업법인과 기업주를 동시에 처벌할 수 있고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게한 규정으로 정부 및 당정회의에서 일반형법과의 형평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었으나 환경범죄 엄단의 차원에서 특별법의 형태로 이미 처리키로 합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입법으로 제출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환경범죄처벌 특조법안이 상정되자 민자당의 신오철 의원이 『과실범의 경우 형법은 양벌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박희태 의원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도 보장하면서 환경보호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심의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허경만 의원(신민)도 『과실범을 단순과실과 중과실로 나누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재심의에 찬성,결국 김중권 위원장이 법안을 재심의토록 결정했다. 김위원장은 이번 회기중 가급적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으나 민자당 다수의원들의 뜻에 따라 통과되더라도 당초 정부의 안보다 처벌정도가 크게 완화된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의원들도 경찰법안과 교원지위 향상법안에만 신경을 곤두세웠을뿐 이 법안 유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국회는 이밖에 ▲군소정당에도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유보시키고 ▲선관위 건의 및 시민단체들의 광역선거 활성화를 보장하는 지방의회선거법 개정안은 모두 무시하고 헌재의 위헌결정 부분만 수용하는 선에서 개정키로 해 여야 정치권의 편의적인 의정운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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