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상 이상 없는 무월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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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대학원 시험을 치르고 합격의 기쁨을 얻은 조**(여, 27세) 씨는 그 동안 시험공부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1년간 제대로 생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한의원을 찾았다. 본인이 원하던 시험에 합격하여 기뻤지만 여성으로서 정상적인 생리가 잘 되지 않자 앞으로 결혼이나 임신에 장애가 될까봐 걱정되어 어머니와 함께 입학 전 치료를 위해 내원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생리가 불규칙하여 1달씩 거르기도 하였으나 어쩌다가 그런 일이라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생리를 안 하는 달이 더 많아지고, 6개월 전 마지막 생리를 한 이후 생리량도 급격히 줄어 2일 정도만 하게 되었다. 산부인과에서의 검사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여 피임약 처방을 받아 복용했지만 복용을 중지하면 다시 생리가 중단되기를 반복하였고 그러면서 체중이 조금씩 증가하였다. 본인 스스로도 체지방이 많이 쌓이는 듯하고 몸이 무겁다고 호소했다.
인간의 몸은 뇌에서 규칙적인 호르몬 분비로 인해 시계추처럼 여러 가지 활동이 일어나야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여성의 생리는 뇌하수체에서 나온 황체자극 호르몬과 난포자극 호르몬이 난소를 자극하게 되고, 난소는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여 자궁의 내막을 규칙적으로 두껍게 만들어서 배란이 이루어진다. 배란 후 임신이 되지 않으면 그 두터워진 내막이 탈락되면서 정상적인 생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인 생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무월경이나 생리불순이 있는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런 이상 없이 오는 경우도 많다. 한방에서는 기혈이 부족한 경우, 간장과 신장의 기운이 부족한 간신부족형, 자궁수술 같은 수술 후에 오는 어혈형, 몸에 불필요한 체액이 많이 쌓여서 오는 습담형 등으로 나누어 치료하게 된다.
기혈이 부족한 경우는 평소 몸이 허약하고 기력이 없고 손발이 차가운 증상 등을 가지고 있으니 몸의 기혈이 잘 생성되고 순환이 되도록 도와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간신부족형의 경우는 생식기나 비뇨기계가 약한 증상, 소변을 자주 보고 무릎이 시리다든지 하는 증상들을 가지고 있어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넣어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어혈형의 경우는 몸 안에 비정상적인 혈액이 뭉치는 것으로 아랫배가 차고 생리혈에 덩어리가 많거나, 밤에 두통이나 요통 같은 통증이 더 심한 경우로 어혈이 생기지 않고 순환되어 배설이 되게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습담형의 경우는 보통 비만과 함께 오는데 불필요한 체액이 저류되어 소화장애, 변비, 설사, 두통과 어지럼증을 동반하게 되는데 그러한 불필요한 체액이 생성되지 않고 잘 배설이 되도록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이처럼 무월경에는 검사로 드러나지 않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이완하고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회의 2세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도움말: 려 한의원 원장 정현지(www.ryeoclinic.com / 02-508-7171)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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