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꼭 지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롯데그룹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88년1월 「세계초유의 매머드 해양수족관건설」을 목표로 롯데월드 앞 2만6천여평의 부지를 매입, 종합관광시설계획을 추진해온지 3년4개월. 그러나 이 토지는 서울시로부터「비업무용」판정을 받아 롯데 측은 1백28억원 중과세 추징을 당해야 했으며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계획은 네 차례나 반려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집념을 버리지 않고 다섯 번째 계획을 구상중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수서사건 이후 해결해야할 최대의「뜨거운 감자」가 되어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서울시의 대응은 적절한 것인지 점검해본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싼 시비의 초점은 『현 위치에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시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현재의 롯데월드만으로도 특히 휴일의 잠실지역교통이 거의 마비증세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또 들어설 시설들 모두가 쇼핑·위락시설 위주여서 사치성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여기에 『강동의 중심에 롯데왕국을 세우려 한다』는 재벌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감정적 반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5·8부동산조치」와 툭하면 따라 다니는 「특혜시비」를 의식하고 있는 서울시가 이 같은 여론을 외면할 수 없어 구체적 기준의 제시나 일관된 지침 없이 반려를 계속하는 듯한 과정을 밟아와 『관이라고 해서 사유재산권의 행사를 맘대로 막을 수 있느냐』는 다른쪽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잠실부도심권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경제활성을 위해서도 적정선에서 조건부허용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차례 계획반려>

<경과> 롯데 측이 종합관광시설 건립을 구상, 재무부에 외국인 투자인가 신청을 낸 것은 현 롯데월드 건너편 2만6천6백71평의 시체비지를 부지로 사들이기 20일전인 87년12월23일.
이어 88년8월 호텔과 시월드(해양수족관)부분에 대해 관광진흥법상 사업승인을 위한 투자인가를 받아 같은 해 1l월 첫 사업계획서를 시에 냈다.
유리벽을 통하거나 잠수정을 타고 바닷속 비경을 보는 초대형 수족관, 커누를 타고 즐기는 열대 해상탐험, 돌고래와 펭귄·물개 쇼, 급류타기 등 각종 해양관광시설을 갖춘 지상4층·지하2층 연면적 3만77평짜리 시월드와 함께 7층짜리 백화점, 33층의 호텔 등을 복합 건물로 짓는다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으나 반려됐다.
90년4월의 2차 계획은 호텔부분을 호텔 건물로는 세계최고인 1백층으로 높게 수정한 것이 공군기지법상 고도제한(1백7m·최고33층)에 저촉됐다.
5개월 뒤인 지난해 9월의 3차 계획에서는 호텔 높이를 다시 33층으로 낮췄다. 그러나 서울시는 ①시월드 축소 ②백화점 계획 재고 ③건물 분할 ④공개공간 확대 등 8개항을 다시 요구했다.
이중 ①②항 등을 수용하지 않은 채 지난 연말 4차 청사진을 냈으나 서울시는 지난달19일 느닷없이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어긋난다』는 새로운 이유로 또다시 반려했다.

<빌딩서면 더 심각>

<롯데 측 주장>시가 요구한 8개항 중 ①②항을 뺀 나머지는 대체로 수용해 4차 계획이 만들어졌으며 더 이상의 축소는 사업성을 고려해 곤란하다는 입장.
4차 계획대로라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업지역 허용한계인 1천%(도시설계구역으로 지정돼 1천2백%까지 가능)의 4분의1도 안 되는 2백20%에 불과해 엄청난 손실을 이미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로·송파로와의 인접부지를 2차선씩 도로로 내놓아 출입차량이 통과교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고 폭20m씩의 도로변 공지, 단지를 관통하는 올림픽로∼석촌호수 동호간 보행로(폭20m)도 조성하는 것으로 했다는 것이다.
롯데물산 강광언 상무(50)는 『세계적 레저·관광명소로 만들어 긴 안목으로 외화획득과 국위선양을 기대하고 있다』며 동경도심의 위락단지인 「동경돔」등 외국의 예를 들어 『지나친 제약은 위락 자체에 대한 보수적 편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만일 현 부지가 매각되어 여러 필지로 나뉘어 다른 고층빌딩군이 각각 1천%씩의 용적률을 채워 들어설 경우 교통난은 훨씬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교통수요 유발로 문제가 되고 있는 백화점에 대해선 이미 기존 월드에 두 곳이 있으므로 새 백화점은 호텔·시월드 이용객이 주로 이용하게돼 별도의 인구유발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그룹 내 일부 임원들은 최근 『백화점사업은 신격호 회장의 신념』이라면서도 『여러모로 따져 양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해 결국 다음계획에선 시월드나 백화점의 대폭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완지시 어려워>

<서울시 입장>가능한 한 규모를 최소화시키면서 시민여론과 정부의 눈치도 함께 살펴야하는 입장.
주목할 점은 8개항을 권유했던 3차 반려 때와 달리 4차에선 일체의 수정·보완 등의 요구 없이 『사업계획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짤막한 사유만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계획에 대한 원칙적 불가의 의미도 될 수 있고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 「연면적 4천5백평 이상의 판매시설」은 필요한 경우 수도권정비심의회(위원장 국무총리)의 의결을 거쳐 승인하도록 돼있어 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사업계획을 승인할 수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즉 기준을 초과해 심의에 상정될 경우 지난해의 「5·8조치」, 비업무용 판정 및 강제 매각지시를 한 당사자인 정부 스스로가 조치에 역행하는 사업의 정당성을 심의하게되는 모순이 발생돼 이를 피하게 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시가 사업승인을 전제로 한 수정·보완지시를 내릴 경우 자칫 롯데 측에 5·8조치에 대항하는 구실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호텔과 시월드는 당초부터 수도권정비 심의대상이 아니므로 먼저 백화점규모를 4천5백평 이하로(현재 1만5천평 계획) 크게 줄이고 나머지 시설은 지난번의 8개항에 준하라는 것으로 해석되나 시 관계자들은 발언의 책임을 의식한 듯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는 모호한 태도다.
한편 시는 롯데 측의 도로2차선 제공계획에 대해 드나드는 교통을 도로가 아닌 단지 내에서 소화하도록 현재의 단일블록을 2개 이상의 관통차도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정부조치상호간의 충돌방지, 교통난 예방과 함께 지역균형안배를 위해 업무시설을 늘리게 하고 공개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하는 것도 서울시의 일이다. <김석현기자>

<제2롯데월드 사업일지>
▲88. 1=롯데, 서울시로부터 체비지 26,671평 매입.
▲88. 8=재무부로부터 외국인투자인가 받음.(관광호텔 및 해양수족관 등 80,709평 규모)
▲88.11=서울시에 1차 사업계획승인신청.(지상33층·지하3층의 호텔·해양수족관·백화점등 94,951평)
▲88.12=서울시, 백화점부분 대규모 소매점 개설신청을 우선하라고 회신.
▲89. 8=서울시, 건축계획 먼저 세우도록 회신.
▲90. 4=2차 사업계획 신청.(지상100층·지하4일층 196,500평)
▲90. 7=반려.
▲90. 9=3차 사업계획 신청.(지상33층·지하 4층111,75l평)
▲90. 9=국세청 및 서울시, 현 부지를 비업무용토지판정. 은행감독원, 91·3·4까지 땅처 분 촉구.
▲90. l1=취득 중과세 128억 납부.
▲90. 11=3차 계획 반려.
▲90. 12=4차 계획신청.(지상33층·지하 4 층115,000평)
▲90. 12=롯데, 서울시의 취득세중과에 대해 감사원에 심사청구.
▲91. 4=4차 계획 반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