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주원 + 정선민 ='농구 10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신한은행의 노장 명콤비 전주원(右)과 정선민(中)이 공격하는 모습. 각기 다른 두 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WKBL 제공]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전주원(35)과 정선민(33) 얘기다.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으로 시드니 올림픽 4강 등 혁혁한 전과를 남겼던 두 선수는 서른 줄을 훨씬 넘긴 올 시즌 신한은행에서 다시 만나 손발을 맞추고 있다.

두 선수의 나이 합은 68세다. 예전 같으면 은퇴할 때가 한참 지난 선수다. 실제 전주원은 결혼 후 출산과 함께 은퇴를 한 번 했다가 플레잉코치로 돌아왔다.

두 선수 모두 젊은 선수들에게 밀려 국가대표 유니폼도 반납한 상태다. 전주원은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노장 둘이 주축인 신한은행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때론 오래된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농구 경력 25년의 전주원과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도 다녀온 정선민이 겪은 그 많은 산전수전의 경험은 함께 모여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 선수는 같은 팀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14년 동안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어시스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포인트가드와 득점력 있는 파워포워드 콤비라는 점에서, 또 나이가 들어도 기량이 변함없다는 점에서 미국프로농구(NBA)의 존 스탁턴과 '우편배달부' 칼 말런이 연상된다.

스탁턴과 말런은 1985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18년간 함께 뛰었다. 스탁턴은 평균 10.5어시스트 13득점을, 말런은 평균 25득점, 10.1리바운드를 했다. 만약 두 선수가 떨어져 있었다면 이런 기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6일 국민은행과의 경기에서 두 선수의 기록도 이와 비슷했다. 전주원은 13득점.10어시스트.5리바운드.2블록슛을 기록했다. 정선민은 자신의 나이와 같은 33득점을 퍼부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신한은행은 여자 농구 최고 연봉(2억1000만원)을 받는 김영옥과 김지윤 등이 버틴 난적 국민은행을 84-71로 꺾었다.

전주원은 "김영옥 선수 등 다른 가드와 함께 뛸 때도 좋은 콤비플레이를 했지만 가드는 역시 파워포워드나 센터와 2-2 플레이를 할 때 가장 좋은 조합이 된다. 농구가 아주 편해졌다"고 말했다. 정선민은 "주원 언니의 패스가 워낙 좋아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 안 들이고 점수를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