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열린우리당, 시장을 교란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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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합신당을 만드느니, 당을 사수하느니 하며 논란을 벌인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런 논란에까지 제3자가 끼어들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최근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자칫 시장을 흔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짝퉁 한나라당' '친북좌파'라며 공방을 벌였다. '당무 불참'이라느니 '2선 퇴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집권당의 최고위인사들이 서로 다른 말을 쏟아내는데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어차피 갈라서기로 한 마당에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마는 정치적 주도권 다툼에 국민들까지 헷갈리게 해서는 책임 있는 지도자의 도리가 아니다.

같은 당에 몸을 담고 있다고 정책적 의견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 의장과 정책위의장이 다르고,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의 의견이 또 달라서는 집권당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 정부마저 다른 의견을 내놓으니 국민만 혼란스럽다. 최소한 집권당이 국민 앞에 정책을 내놓을 때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는 것이 당연한 순서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11일 정부와 부동산 관련 고위당정협의를 한다고 한다. 당내 의견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와는 어떻게 협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의견을 통일하지 못할 형편이라면 차라리 딴살림을 차릴 때까지 입을 다무는 건 어떤가. 더군다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후보마다 다른 정책을 내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판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중심을 잡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