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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드러나는 '김흥주 로비' 실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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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중회(58) 부원장 등 금융감독원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긴급 체포되면서 김흥주(58) 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의 로비 의혹 사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씨는 평소 "금감원.법원.검찰의 지인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2005년 본지가 단독 보도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2005년 3월 31일자 10면, 4월 7일자 10면, 4월 8일자 10면>

당시 본지는 사정기관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 첩보' 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김흥주씨는 2001년 2월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추진하면서 김중회 부원장에게 인수 협조 로비용으로 2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문건은 "김씨가 13억원을 마련해 10억원은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3억원 가운데 (김 부원장에게) 2억원을 H호텔에서 건넸다"고 적고 있다. 이어 김씨는 김 부원장으로부터 골드금고의 실소유주를 소개받는 등 도움을 받아 그해 3월 110억원에 주식 276만 주(지분율 30%)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골드금고와 체결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골드금고 인수는 무산됐다. 김씨가 계약금 10억원을 냈지만 골드금고 노조 측이 "김씨가 나머지 100억원의 인수 자금을 골드금고에서 빼내 조달하려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2년 전에도 수사=김씨의 골드금고 인수가 진행 중이던 시기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A수사관은 대검 공적자금수사반에 이 같은 첩보를 보고했다. 당시 검찰은 김 부원장 등 금감원 간부 등을 상대로 계좌추적을 하며 수사에 나섰으나 단서를 찾지 못한 채 2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B검사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김씨의 부탁으로 A수사관에게 '(김씨와 관련한) 내사 사건이 있느냐. 잘 봐 달라'고 요청하는 등 무마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2005년 법무부 감찰을 받고 인사조치됐다.

이 사이 김씨는 2003년 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초 미국 비자가 만료돼 입국해 검찰에 구속됐다. 현재 김씨는 2002년 12월~2003년 2월 152억2000만원어치의 당좌수표를 발행해 부도를 낸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관.법조계 인사들과 친목 모임=김씨는 1990년대 초 무일푼으로 출발해 10여 년 만에 수백억대의 재산가가 됐다. 당시 신촌 재래시장 상인들을 규합해 그레이스백화점을 건립한 뒤 경영권을 확보했고 98년 현대백화점에 그레이스백화점을 2000억원대에 팔아 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관.법조계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 형제들'이라는 모임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골드금고 인수 시도 과정에서 김씨가 이 모임에 참여한 인사들(40여 명)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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