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위한 디너쇼의 성공/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토요일인 27일 저녁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수 민해경양의 디너쇼에는 화려한 야회복이나 정장복장의 중장년,단정한 옷매무새를 갖춘 국민학생,캐주얼차림의 젊은 연인들이 몰렸다.
2천명 가까운 많은 청중들이 빽빽이 자리를 메운 것외에는 여느 인기가수의 디너쇼와 다를 바 없는 이날 행사에 관심이 특별히 쏠린 것은 이 쇼가 한국정당사상 정치자금 공개모금을 위한 최초의 모금집회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쇼의 주최가 진보적인 재야출신들이 만든 민중당후원회라는 점도 관심거리. 원내 1석도 갖지 못한 군소정당에다 노동자·농민·도시서민·샐러리맨의 「정치적 진출」을 꾀한다는 진보적 이념성향 때문에 민중당은 정치자금법상의 국고보조나 기업의 비공개적인 정치자금지원은 거의 제로상태였다.
선거때마다 나타나 「돈과 조직」의 절대열세로 죽어가곤 하던 진보정당역사 속에서 민중당이 이같은 적극적인 자구방법을 쏟는 모습 자체가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민자당의 남재희 의원,신민당의 이우정 수석최고위원,한광옥 의원,민주당의 박찬종·장석화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강원용 전 방송위원장,김찬국 연세대 부총장 등 많은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이우재 상임대표는 쇼행사전에 「민중당의 프로정신과 여성정책이 마음에 들어」흔쾌히 개런티없이 출연한 가수 민양에게 『민해경 선생님 감사합니다』고 정중히 고마움을 표시하고 『새로운 정치문화 창조에 여러분들의 참석이 귀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중에게 사례했다.
개그맨 주병진·이경규씨의 사회로 민양의 1시간30분에 걸친 20여곡의 열창이 진행됐다.
재야에 오히려 가까운 민중당의 화려한 잔치를 「어울리지 않는 짓」으로 매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장기표 정책위원장등 중앙당원 50여명이 강경대군 사망사건 항의시위를 시경앞에서 하는 바람에 부상당한 당원들 상당수가 행사지원을 하면서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고 이들은 티킷 한장(장당 8만원)을 아끼기 위해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저녁을 떼우기도 했다.
「일단 성공」으로 보이는 민중당의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다른 정당,다른 국회의원에게까지 부담없이 할수 있는 분위기가 돼 「정치인의 뒷거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민중당이 이날 보인 것처럼 진보정당도 국민속에 파고들 수 있는 정당이 되고 그 대중적 기반위에 설 수 있는 정당이 됐으면 하는 느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