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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 일부 과학자/연구비 유용 호화생활(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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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허위실험 논문써 타내기도/총장등 관련… “도덕적 타락”거센 비판
미국이 자랑하는 두뇌집단인 유명대학의 일부 과학자들이 엉터리 논문을 써내 연구비를 타내거나 연구비를 유용,호화생활을 하는등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관련된 인물들이 미 사립명문 스탠퍼드대학의 총장 노벨상수상자등 미국학계의 지도급 인사들이어서 학계의 도덕성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연구분야는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는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온데다 이들의 지성을 믿고 그동안 정부의 감독도 다른분야보다 심하지 않았던 까닭에 국민들의 실망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하원의 에너지 및 상무위원회의 조사소위는 미국의 최고 일류대학인 스탠퍼드대학의 정부지원 연구비 유용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 대학은 과거 10여년동안 연구간접비용 명목으로 2억달러를 초과청구한 사실이 밝혀져 정부가 이의 변상을 요구한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거론된 내용을 보면 이 대학은 대학요트클럽의 요트비용으로 18만4천달러,장사가 잘되는 대학구내 매점 운영경비로 18만5천달러,총장공관에서 있었던 결혼식 경비 4천달러까지 연구보조경비에서 사용했다.
심지어 총장의 호화스런 생활에 이 연구보조금이 사용된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소위를 이끌고 있는 딘겔의원(민주·미시건주)은 스탠퍼드대학의 도널드 케네디총장이 19세기 이탈리아 장농,조지2세 시대의 주전자,심지어 7천달러짜리 침대보를 사는데도 이 연구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딘겔의원은 『정부의 감독소홀로 국민의 혈세가 연구비용이 아닌 호화생활비용으로 유용됐다』고 비난했으며 당사자인 케네디 총장은 『스탠퍼드대학의 명예를 더럽히게 되어 죄송하다』는 사과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시내의 조지타운대학의 메디컬센터에서도 연구비 유용사건이 터졌다.
유아의 영양분야에서 미국의 1인자급에 속하는 한 연구원이 엉터리 연구결과를 갖고 정부로부터 4백만달러의 연구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미 국립보건원이 이 연구원의 연구가 허위임을 밝히는 44폐이지의 보고서가 공개되자 이 대학은 대학의 공신력이 떨어졌다고 자체문책에 나섰다.
미국에서 의학과 생명공학으로 유명한 뉴욕의 록펠러대학도 이같은 허위논문사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이 대학총장인 데이빗 볼티모 박사가 문제의 논문에 관련됐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과거 유전자 DNA 연구와 암유전자 발견등으로 미국내에서 이 분야에선 손꼽히는 대학으로 존경을 받아왔으나 최근 연구가 부진하여 이의 타개를 위해 지난 89년 노벨상 수상자인 볼티모 박사를 총장으로 영입했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86년 관련학술잡지에 발표된 한 논문이 허위의 실험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이 저자가 볼티모 총장의 공동연구진의 한명이었다.
이 논문은 사람에게 어떤 유전자를 이식할 경우 이를 받은 사람은 몸에 모종의 항체가 생긴다는 내용으로 이것이 사실일 경우 면역학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인정됐었다.
그러나 이 논문에 사용된 실험자료들이 조작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논문의 저자가 비록 볼티모 박사는 아닐지라도 그가 이 논문을 비호하고 나섰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록펠러대학으로서는 그를 영입함으로써 연구비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구설수에 휘말리자 난감해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자 미국학계에서는 학자들이 연구에 앞서 학문자체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속이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는데 연구성과에 쫓긴 나머지 이러한 의식들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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