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곰팡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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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개수대 근처나 습한 집의 구석진 벽지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곰팡이다. 습한 곳과 연결돼서 떠오르는 곰팡이. 그러나 곰팡이균은 벽지나 개수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도 습해지거나 면역력이 나빠지면 평소 문제가 되지 않던 몸속의 곰팡이균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면 곰팡이균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노약자, 암환자, 에이즈 환자 등은 곰팡이균으로 인해 치명적인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 김 교수는 “장기 스테로이드제제 복용자도 곰팡이균으로 인해 질병이 생길 수 있는데 스테로이드제제는 몸의 전반적인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피부에서부터 눈까지 질병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균

곰팡이균에 의해 생기는 가장 흔한 질병은 무좀. 무좀은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가 주로 피부의 겉 부분인 각질층이나 머리털, 손톱, 발톱 등에 침입해 기생하면서 피부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곰팡이균이 머릿속에서 자란다면 이로 인해 악취가 유발되며 비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좀이 다가 아니다. 곰팡이균은 피부 겉에서 서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몸 안에서도 서식이 가능하다.

가장 흔하게 몸에 생길 수 있는 염증의 대부분은 곰팡이의 일종인 칸디다(candida)균에 의해서이다.

칸디다균은 우리 몸의 구강이나 질점막 등에 생존하면서 건강할 때에는 염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저항력 등이 떨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을 일으키는 장소에 따라 구강염, 질염 등이 된다.

칸디다가 입 속 점막의 저항력이 떨어지면 증식해 생기는 구강칸디다증은 입 속 점막의 표면에 회백색 또는 유백색의 막이 점 모양이나 지도 모양으로 부착된다.

특히 여성은 곰팡이균으로 인해 흔히 질염이 생길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최안나 이사는 “곰팡이균에 의한 질염은 매우 빈번하다”며 “위생이 습하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황, 임신 중에 주로 생길 수 있다”고 전한다.

칸디다 질염은 질과 외음부에 심한 가려움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며 두부를 으깬 모습의 냉이 나오기도 하고 재발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곰팡이균으로 인해 치명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사람은 매우 드물게 균이 온몸에 퍼져 장기에 장애를 일으키는 폐혈증도 곰팡이균에 의해 발생 가능하며 뇌수막염도 생길 수 있다.

곰팡이균에 의해 질병이 생긴다면 가장 치료가 힘든 부위 중 하나는 눈이다. 명동푸른안과 김지택 원장은 “곰팡이균 중에서 주로 칸디다균이 발생원인”이라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이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할 때 균이 들어와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하지만 김 원장은 “곰팡이로 인해 눈에 염증 등이 생겼을 때에는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며 “치료 약재 종류가 한 가지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약재가 크게 효과가 없는 사람은 치료가 힘들며 낫지 않으며 각막을 계속 녹여서 실명까지 갈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한편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탄수화물이나 설탕 등을 많이 먹는 것은 곰팡이 균을 더욱 증식시키게 된다.

AK 양한방 협진클리닉 윤승일 원장은 “곰팡이가 좋아하는 것이 설탕과 탄수화물, 과일 등이므로 곰팡이를 억제하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과일, 밀가루 등의 면 종류, 튀김 종류 등을 제외해서 먹어야 한다”며 “곰팡이균이 많으면 방광염도 올 수 있으며 항문도 가렵게 된다”고 충고한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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