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흔든 역사 속 라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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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구체적인 역사 속의 인물을 통해 그 시대상을 분석하는 방법은 지루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역사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길이다.
진보적 역사 연구단체인 역사문제 연구소가 이같은 역사상의 라이벌을 통해 현대사를 강의하는「한국사 교실」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한국사교실」은 역사학도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우리역사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된 강좌로 24일부터 5월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7시 역사문제연구소(277-4622)강의실에서 열린다.
시대를 상징하는 라이벌로 선정된 인물은 김구와 김원봉, 송진우와 안재홍, 이승만과 여운형, 정인보와 백남운, 박헌영과 김일성, 박정희와 장준하 등이다.
◇김구와 김원봉-중국에서의 두 독립운동 지도자(노경채 수원대 교수)=김구는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해 주도적 인물로 민족주의적·보수적 독립 운동을 이끄나 김원봉은 임정에 참여하지 않고 의열단을 조직, 사회주의 계열과 연합해 진보적 세력을 포괄하는 민족 혁명 당을 조직함으로써 대조적인 노선을 보인다. 해방 후에도 김구는 임정 정통론을 주장하지만 김원봉은 좌우 합작을 주장한다.
◇송진우와 안재홍-타협이냐, 비 타협이냐(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일제하 민족주의 세력내의 대조적 인물. 송씨는 김성수·이광수 등과 함께 활동하며 대자본가·지주로서 일제와 일정한 타협관계를 유지, 민족개량주의·자치주의를 주장했다. 반면 안씨는 사회주의 세력과 연합해 신간회를 조직하는 등 비타협적 항일 운동을 벌인다.
◇이승만과 여운형-민족국가 건설의 두 가지 길(이기형 민족문학 작가회의 고문)=해방직후 대중적 명망 성을 대표한 두 인물. 이씨는 외교적 독립호소와 국제위임 통치 론을 주장, 해방직후 미군정의 후원을 받아 단독정부를 수립한다. 반면 여씨는 해방직전 국내 여러 세력을 규합해 건국 동맹을 조직했으며, 해방 후에도 좌익과의 연합을 주장하다 암살 당한다.
◇정인보와 백남운-민족주의 사학과 마르크스주의사학(조동걸·국민대 교수)=두 사람은 일제의 식 면 사회에 대응한 반 식민 사회의 대표자. 그러나 정씨가 민족주의 사학의 대표자로 민족의「얼」을 강조하며 민족 우월성을 강조한 반면 백씨는 보편적 역사발전 법칙에 따른 유물론적 사관의 대표자로 해방 후 북한 사회를 정립했다.
◇박정희와 장준하-누가 진정 민족주의자인가(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장)=장씨는 일제학병에서 탈출, 광복군에 참여하지만 박씨는 일본군 장교로 항일운동 탄압에 나선다. 이후 박씨는 대통령으로 유신독재를 유지하며, 장씨는 반 독재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의문사 한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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