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주인의 개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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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놈의 장사도 분텅이 터져 못해먹겠습니다.』
어느 목욕탕을 경영하는 분이 쏟아내는 한숨섞인 결론이다.
그가 개탄하는 것은 손님들의 낭비와 공중윤리심의 마비다. 손바닥에 조금만 짜내문지르면 충분한 샴푸를 아예 통째 들고 머리에 들이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비누를 아무데나 바닥에 내던지거나 심지어 수채에도 빠뜨려 놓는다. 이 목욕탕의 남탕에서만 하루 평균 2백여명의 손님이 없애는 샴푸가 6백60g짜리 3통,비누가 20여개·1인당 샴푸 약 10g,비누는 10명이 한개꼴을 쓰는 셈이다.
그 뿐만 아니다. 손님의 90% 가량이 1회용 면도기와 칫솔,치약을 사용한다. 수건은 1인당 평균 3.5장. 5∼6장을 쓰는 사람도 적지않다. 손님중에 태반이 머리를 감거나 몸을 문지르는 동안 물을 끼얹지 않으면서도 수도꼭지나 샤워를 계속 틀어놓는다. 자리를 뜨면서도 물을 잠그지 않은채 가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목욕료를 냈으니 내멋대로 해도 좋다는 철없는 이기심에 다름 아니다. 또 돈을 낸 만큼은 목욕탕의 재물을 축내야겠다는 비뚤어진 보상심리라는 일면도 없지 않을 듯 싶다. 합성세제에 의한 수질오염을 줄이고 자원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목욕탕내의 모든 서비스를 유효화해 꼭 필요한 사람만 이용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분의 지론이다. 이런 비윤리적인 소비행태와 자원낭비가 어찌 목욕탕에만 국한된 일인가.
신은 피조물에게 절도있게 살아가기를 원했으나 생물들은 그렇지 않았다. 들판에 있는 보리는 너무 무성하게 자라 지력을 소모시켰다. 양에 보리를 좀 뜯어먹으라고 했다. 양은 보리를 마구 짓밟고 깡그리 먹어치워 버렸다. 이리에 양들을 적당히 잡아먹게 했다. 이리는 양들을 모두 잡아먹으려 했다. 신은 인간에게 이리를 혼내주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이리를 닥치는대로 죽였을 뿐만 아니라 양떼를 너무 많이 키우고 보리를 더 무성하게 재배했다. 신은 인간이 가장 절도가 없음을 보고 가뭄과 홍수로 땅을 쉬게 하고,양과 인간에게 질병을 주었다. 또 이리로 하여금 인간을 습격하게 했다는 우화가 있다. 자율이 어렵다면 타율적으로라도 삶의 절도는 회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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