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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태지역 새 강자 꿈꾼다/고르비 「동경독트린」 어떤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화해바탕 집단안보 이끌 속셈/미·일도 소의 군사력 감축 저의에 의구심/관련국 “또다른 동방진출” 경계
일본을 방문중인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은 17일 국회연설을 통해 「21세기 동방진출전략」이라고 할만한 아시아­태평양 안보 및 협력구상을 내놓았다.
신사고외교를 제창,유럽지역의 냉전종결을 주도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를 아시아지역으로 옮겨 아시아판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실현시킴으로써 「화해와 긴장완화」의 바람을 동반구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연설의 거의 전반을 차지하는 그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의 줄거리는 이지역에서 소 극동군의 감축을 주도하는 한편 ①군사문제에서 일소간의 대화개시 ②미·일·소 3개국 협의 ③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미·소·중·인·일의 5개국회의 ④동북아시아·일본해(동해) 수역의 안전보장과 협력지대 설치에 관한 회의구상으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다.
고르바초프의 대 아시아­태평양지역 구상의 기본골격은 이미 지난 86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 연설과 88년 9월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에서 유럽 안보협력회의(CSCE)형의 다국간 협의기구 설치 제창으로 제시된 바 있다. 또 90년 9월 셰바르드나제 외무가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을 통해 93년 아시아­태평양지역 외무회의의 개최를 제안함으로써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동경독트린」은 이같은 구상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과의 관계정상화,한국과의 국교수립 등으로 이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고르바초프는 그의 연설가운데서 소련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나라이므로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두나라가 빠지면 지구절반이 움직이지 않게된다』고 말해 앞으로 소련이 아시아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활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이미 소련을 포함한 48개국과 70개의 국제조직이 참가,이 지역을 개방·협력·번영의 지대로 바꾸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지적,「집단안보체제」가 가능함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러나 소련의 「집단안전보장」 체제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확대론은 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소련의 21세기판 동방진출 전략이란 점에서 관계국들의 경계심을 사고 있다.
일본 정부 한 소식통은 소련의 대아시아 전략에 대해 ▲다국간 협의기구 설치를 통해 미국의 해군력 삭감을 노리고 ▲소련의 지역내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한편 ▲아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확대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분석,이지역 관계국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유럽지역과 달리 대립관계가 복잡한데다 나라간의 경제격차도 커 다국간 협의 보다 지역문제의 해결이 선결과제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소련이 이 지역에 집단안보체제를 구상하고 있는데 대해 이달 6일 북경에서 만난 나카야마(중산) 외무와 중국 리펑(이붕) 총리가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 지역의 복잡한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가상적군」으로 치부된 소련의 군사력 감축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아직도 석연치않게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고르바초프는 연설속에서 소련이 실천하고 있는 군축노력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91년까지 약속대로 소련 동부병력 20만명을 삭감했고 극동지상군은 12개 사단,항공연대 11개 연대를 해체했으며 금후 태평양 함대 가운데 대형 수상함 9척,잠수함 7척 등 16척이 퇴역한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여름에 실시할 태평양함대 연습에 외국군을 업저버로 참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관계 소식통들은 『소 군축은 낡은 고철들의 처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들어 소련은 유럽 철수병력을 우랄 동부지역으로 이동,아시아지역의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으며 국내 치안의 불안정을 이유로 군부등 보수파의 입김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은 경계심을 풀지못하게 하는 요소다.
때문에 일방적 군축삭감을 전제한 소련측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집단안보구상」은 소련의 신사고 외교를 내외에 과시하는 한편 이지역 미 해군력 감축을 유도하고 북방 4섬 반환을 고집하는 경제대국 일본에 「지역안보 분단책임」의 강조를 통해 경제협력을 얻어내려는 다면적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볼 수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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