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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70년대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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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가 유행이다. 공연계 역시 시간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반짝이 셔츠와 펄럭이는 나팔바지, 포마드 기름을 발라 빗어넘긴 긴 머리, 디스코 음악에 맞춰 허공을 찌르는 손가락 춤. 70년대 아이콘으로 똘똘 뭉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런던 오리지널 팀이 내한한다는 소식이다.
베트남 전쟁과 오일 쇼크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시절, 억압된 젊음은 분출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디스코'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라이브 연주가 아닌 레코드 음반을 사용하는 댄스홀을 가리켜 '디스코텍'이라 부른데서 연유했다. 기계 하나가 여러 명의 악기 연주자를 대신하는, 이른바 최소의 공간과 비용으로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효과를 누리게 된 것.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여가문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 전세계에 '디스코 열풍'을 일으켰다.
3형제 그룹 '비지스'가 그 열풍의 주역.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로 디스코 문화의 혁명을 이뤄냈다고 할 만큼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는 1998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이듬해 미국의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후, 이탈리아·독일을 거쳐 호주·일본까지 세계 주요도시의 큰 무대를 장악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박건형·윤석화를 주축으로 로컬 배우들이 열연했다.
이번에 내한하는 팀은 오는 12일부터 3월 18일까지 서울·대구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공감가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1977년 뉴욕 시내를 무대로 옮겨 놨다. 모래투성이 거리와 형형색색의 클럽 내부가 대조를 이루듯, 음악 역시 서정적인 멜로디와 격정적인 댄스로 나뉜다. 힘차게 발을 구르고(foot-stapping), 엉덩이를 흔들며(hip-swinging), 가끔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finger-pointing) 동작은 70년대를 주름잡던 젊은이들의 열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번 내한팀은 프로듀서 아담 스피겔이 이끄는 웨스트 엔드 공연 팀 중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소문이다. 주인공 토니 역은 네 살 때부터 재즈와 탭·발레·아크로바틱 등에 천재성을 인정 받은 션 물리간이 맡았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한 편으로 일약 대스타로 발돋움한 존 트래볼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2일부터 3월 3일까지. 문의 02-532-2188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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