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비평지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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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예비평 전문지들이 속속 창간되고 있다. 월간 종합문예지『한길문학』이 이번 봄호를 펴내면서 비평전문지로 탈바꿈했는가 하면 전환기 문학의 방향타를 자임하며 이 달 중『현대비평과 이론』, 또 내 달 중『현대예술비평』『비평의 시대』등 비평전문지들이 잇따라 창간된다.
계간『한길 문학』(주간 임헌영)은 재창간사를 통해 『이제 비평문학은 관념론적 당위성의 강조나 공리공론과 비평을 위한 비평을 벗어나 올바른 직능회복을 요구하고 있다』창작품에 대한 실증적 분석·평가·소개작업을 위한 실천비평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한길문학』은 또 후기산업 사회의 미학양식에 발맞추기 위해 미술·음악·연극 등 영상·공간 예술에도 비평의 시각을 돌리겠다고 밝힌다.
도서출판 청하에서 계간으로 창간하는『현대 미술비평』은 각각의 논리에 입각, 끼리끼리 뭉친 기존의 할거주의 평단에 비평의 보편적 진리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영문학자 김욱동, 불문학자 김희영, 독문학자 강진길씨 및 문학 평론가 장석주씨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현대예술 비평』은 외국문예 이론 재해석과 첨단이론 소개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또 문학 비평을 측으로 하여 영화·연극 등 문학·예술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문예이론을 도출해 낼 예정이다.
정정호(중앙대), 장경렬(서울대), 최영(이화여대), 김욱동(서강대)씨 등 각 대학 영문과 교수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 반년간으로 한신 문화사에서 퍼내는『현대비평과 이론』은 해외 현대문예 이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비판적으로 검토, 국내 수용의 길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구미뿐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문화 전통을 지닌 제3세계 문예이론도 유입, 우리의 문예이론을 보장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현시점을 인식의 기준이 허물어진 혼란스런 모색기로 보는『비평의 시대』는 기존 문화 내지 세계, 혹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부터 그들의 입지 점을 세워 나갈 예정이다. 박철화·주인석·권성우·이광호씨 등 30대 전후의 90년대 평론가들이. 무크로 퍼내는『비평의 시대』는 앞 세대 평론에 대해 반성을 가하는 비평에 대한 비평, 즉 메타 비평을 지향해 나갈 예정이다.
이들 새 비평 지를 창간하려는 주역들은 기존 평단에 대한 불만과 영상매체에 의해 날로 위축돼 가는 활자매체인 문학에 대한 위기의식을 새 비평 지 등장의 필요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정실비평」「상업비평」「재단비평」등으로 불리며 평론이 참작을 독재하거나 또는 아부하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이 현 평단에 보인다는 비판을 이들은 하고 있다. 작품성·예술성은 나 몰라라 하고 개인적 친분이나 파벌, 혹은 후한 원고료 때문에 가해지는 정실비평·상업비평 등은 평론을 창작의 시녀로 전락시키고, 어설프고 편협한 외국 문학이론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한 재단비평은 창작을 다양하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제멋대로 난도질, 오히려 창작을 위축시켰다고 본다. 특히 80년대 사회과학에 입각한 젊은 이론가들이 쏟아져 나와 이데올로기로 작품을 재단하기 시작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인들 중 감상에 가까운 인상주의 평을 하는 평자들이 불어나면서 한껏 부풀고 흐트러져 있다는 평론계 일각의 지적을 강조한다. 여기에다 대중매체, 특히 영상예술의 발달로 문화·예술계를 이끌던 문학이 이게 그 선도적 역량을 잃고 소수문화로 전락하지 않나 하는 위기의식아래 문화·예술의 구심점 내지 보편성을 문예이론에서 찾고 그것을 미술·영화·연극 등 전 예술 장르에 적용시키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새 비평 지들이 비평풍토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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