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강국 부활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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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가 소련 시절 누렸던 우주 강국의 지위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방 이후 혼란기에 재정 지원이 끊기면서 주춤했던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재개하며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 로켓 발사 분야의 우위를 확고히 하는 한편 미국의 달.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맞서기 위한 독자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 중국을 우주개발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채택했다.

◆세계 정상의 로켓 기술=러시아 연방우주청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청장은 지난해 말 BBC 등과의 회견에서 "2006년 러시아는 24기의 우주 로켓을 발사해 이 분야 세계 시장의 45%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18기를 발사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6기씩을 쏘아 올려 공동 3위, 유럽은 5기를 발사해 4위에 올랐다.

페르미노프 청장은 "러시아는 내년도 우주 분야 예산으로 13억 달러 이상을 할당했다"고 밝혔다. 2005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액수다.

러시아가 우주 로켓 발사에서 우위를 장악한 데는 미국이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이후 우주선 발사를 자제하면서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화물과 우주인 운송 등을 러시아 로켓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과학.상업용 위성 발사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러시아 로켓을 선호하게 된 것도 큰 요인이 됐다. 러시아는 내년에도 20기의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러시아의 로켓 시장 선점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는 소련 시대 개발된 '소유스' '프로톤' 등을 대체할 차세대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추진 중인 21세기형 로켓 '앙가라' 개발 계획이 대표적이다. 앙가라는 하나의 발사체로 저궤도.중궤도 등 다양한 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이다.

◆달.화성 탐사도 미국과 경쟁=러시아는 미국이 2008~2030년에 걸쳐 1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달.화성 탐사 계획에 맞서기 위한 독자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로 러시아는 달과 화성까지 운항할 수 있는 차세대 유인 우주왕복선 '클리퍼(Clipper)'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비슷한 용도로 2020년께 발사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유인 우주왕복선 '오리온'을 앞지르겠다는 계산이다. 모두 6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고 약 500㎏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클리퍼는 현재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데 이용되고 있는 소유스의 임무를 대신하는 것은 물론 달과 화성 탐사에도 이용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0~2025년에 걸쳐 3단계로 달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1단계로 달 일주 비행과 우주인의 달 표면 착륙, 2단계로 유인 탐사선을 이용한 달 표면 탐사, 3단계로 자원 채굴 등을 포함한 달의 상업적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페르미노프 청장은 "당초 미국에 달 공동 탐사를 제안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12월 26일 우주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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