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공연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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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종문화회관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1000원에 시민들이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천원의 행복' 공연을 매달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선 15일 공연 티켓을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와 전화(02-399-1114~7)를 통해 5일부터 선착순 예매합니다.

1978년 개관한 뒤 품격 높은 공연을 고집해 온 회관으로서는 큰 변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은 '가까이하기 힘든' 공연장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오페라단.뮤지컬단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웬만큼 유명한 성악가가 아니면 무대에 서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입장료도 비쌉니다. 공연 티켓 한 장에 10만원은 기본이고 20만~30만원이 다반사입니다.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시민 모두에게 멀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종문화회관이 '시민 곁으로'를 내세우고 나왔습니다. 시민과 문화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입니다. 관람료 1000원은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해외에도 '1달러 콘서트'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은 시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준다는 목표 아래 해마다 몇 차례씩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유명 공연장들도 평일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즐길 수 있는 짤막한 공연을 합니다.

일부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며 공연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러나 당장 15일 공연 출연진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 등 쟁쟁한 것으로 미루어 기우에 그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학생.노인.서민 등 문화를 향유하기 힘든 시민들보다 시간 여유가 있고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사람들이 '저가공연'의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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