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과잉 우려 크다|보건사회부연「장단기 수금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력은 얼마가 적정한가.
올해 1월 실시된 의사국가시험 무더기 불합격사태를 계기로 의료인국가시험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있는 가운데 의료인력 수급정책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의료인력 양성이 의료수요와 비교해 과연 적정한 것이냐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최근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전국민 의료보험의 실시, 인구의 노령화 등에 따른 보건의료수요의 급증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력의 적정공급이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인력은 양성기간이 길어 의료수요가 급증할 경우 신속하게 공급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잉공급 될 경우에도 고급인력 낭비는 물론 국민의료비 증가 등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의료인력수급 문제는 기존의 인력 활용뿐만 아니라 미래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종합적인 인력계획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제6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87∼91년)기간 중엔 의과대학 정원 동결정책을 고수해왔으나 이에 대한 적정성을 놓고 정책입안자와 관련단체 사이에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지달현)은 최근 제7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92∼96년) 보건의료부문 및 2000년대의 종합적인 의료인력수급계획에 자료제공을 위해 「장 단기 보건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치과기공사·치과위생사 등 5개 분야 의료인력의 수급전망을 분석한 이 연구보고서는 현재의 의료정책이 계속될 경우 의료인력이 과잉공급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가 분석한 분야별 의료인력 수급전망을 정리해 본다.

<의사>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81년 22개교·2천5백60명에서 올해 32개교·2천8백80명으로 늘었고 졸업생은 81년 15개교·1천3백20명에서 64년부터 31개교·2천8백80명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취업의사는 현재의 3만4천여명에서 95년엔 4만5천여명, 2000년엔 5만6천7백여명, 2005년엔 6만8천여명, 2010년엔 7만8천9백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의사에 대한 수요는 국민의 의료이용량과 의사의 진료생산성, GNP성장에 따른 인구 당 의사수 등에 의해 추계 할 수 있다.
즉 의사의 진료생산성을 놓고 ▲현재의 1일 진료량(입원17·외래 45명) ▲의료법상의 진료량 (입원20·외래60명) ▲의료의 질과 환자의 불편을 고려한 적정 진료량(입원15·외래 45명)을 기준 할 경우 각각 의료수요가 계산된다는 것이다. <표 참조>
이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진료량과 법정진료량을 기준 할 경우 ∞년부터 의사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2010년엔 최고 1만8천여명이 남게된다.
한편 이 같은 하루 진료량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진료와 투약 대기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져 환자가 불편을 겪고 환자당 진료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의 질이 문제가 된다.
연구팀은 결국 적정진료량 기준을 적용할 때 의사의 수급균형이 비교적 적정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의사의 하루 진료량을 줄일 경우 의료수가 인상 등 진료비 증가 부담이 불가피해 또 다른 논쟁의 여지가 있다.
연구팀은 GNP 수준에 따른 인구당 의사수를 기준으로 의사 수요를 예측할 경우 의사 공급부족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선진국 대부분이 의사 과잉공급으로 고민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할 때 비교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치과의사>
치과대 졸업생은 74년 3개교 1백49명에서 현재는 10개교 9백6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취업치과의사는 현재 7천3백여명에서 95년엔 1만1천3백여명, 2000년엔 1만4천3백여명, 2005년엔 1만7천2백여명, 2010년엔 1만9천8백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치과의사에 대한 수요도 진료생산성과 의료이용률 변화를 기준 ▲국민1 인당 연간 내원일수 증가율 2% ▲진료생산성 1∼2명 증가 ▲1인당 내원일수 증가율 4%를 적용해 각각 추산 할 수 있다. <표 참조>
이 경우 모두 치과의사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2010년엔 7천7백여명이 남게 되나 다만 국민 1인당 연간 내원일수 증가율을 4%로 할 경우엔 2005년까지 약간의 공급과잉으로 나가다. 2010년엔 오히려 3백명 정도의 공급부족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의사>
한의대 졸업생은 74년 1개교 46명에서 94년부터는 9개교 6백5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취업한의사는 현재 4천4백여명에서 95년엔 7천여명, 2000년엔 9천7백여명,2005년엔 1만2천6백여명, 2010년엔 1만5천4백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의사 수요도 한방의료 수요증가율과 진료생산성 변화를 기준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결과 한의사는 90년대 중반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2000년엔 최고 1천7백여명이 남게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의사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한방공중보건의제도 도입▲ 무면허 한방의료 규제 ▲한의대 정원을 5백명 수준으로 감축 ▲한의대교수요원 증원 등 수급조절책을 제시했다.

<치과기공사>
치과기공사 배출은 73년 1개 전문대 10명에서 현재는 14개 전문대 1천2백38명으로 늘었다.
현재 면허취득자는 7천7백여명으로 치과의사수와 비슷한 숫자이나 50%이상이 미취업 또는 전직한 상태다.
치과기공사는 현재의 공급규모를 유지할 경우 95년엔 1만1천4백여명, 2000년엔 1만5천여명, 2005년엔 1만8천4백여명, 2010년엔 2만1천2백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