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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먹으면 머리 좋아진다"|영국 뇌 영양화학연구소 크로포드 박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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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물고기에 많이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DHA(Docosa Hexaenoic Acid)가 인간의 두뇌 기능을 향상시키며 이 성분이 결핍되면 뇌 기능 장애가 온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돼 커다란 흥미를 끌고 있다.
지난 70년 초부터 뇌와 DHA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온 영국 뇌 영양화학연구소의 마이클 크로포드 박사가 지난해 10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DHA심포지엄」에서 그간의 연구결과를 밝혀 관심이 증폭됐다.
크로포드 박사는 연구결과에서 『인간의 뇌 조직에 있는 지방세포에 DHA가 약 10%포함돼 있는데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신경을 발달시키며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감소해 치매(노망)에 이르면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크로포드 박사는 또 『DHA가 부족하면 태아두뇌 발육이 늦어져 임신부일수록 생선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흔히 미숙아들은 정상아에 비해 DHA의 양이 현격히 적다』고 말했다.
DHA는 불 포화지방산의 하나로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혈전을 방지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물고기나 조개류 외에 쇠고기·돼지고기 등 육상동물조직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물고기에 특히 DHA가 많은 이유는 물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DHA의 전신물질인 알파리놀렌산을 많이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은 뒤 DHA를 합성하는데 이를 물고기가 먹이로 하고 있기 때문.
DHA와 뇌 기능 관계에 대해 독자적으로 연구해온 일본 농림수산성 식품종합연구소는 쥐를 대상으로 한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를 밝혔다.
즉 쥐를 두 그룹으로 나둬 한 그룹은 DHA 많은 정어리기름이 5%함유된 먹이로 사육하고 또 한 그룹은 일반먹이로 사육한 뒤 미로를 만들어 목적지까지 찾게 한 결과 정어리기름을 먹인 쥐 그룹이 훨씬 빨리 목적지를 찾아갔다는 것.
조사팀은 이 쥐의 뇌세포를 분석한 결과 『정어리기름을 먹인 쥐그룹이 DHA함량이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조사팀의 일원인 스즈키 박사는 『DHA화가 기억력과 판단력을 좌우하는 신경회로망의 구성과 재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DHA는 또 뇌세포 속에서도 단백질의 합성에 관계하는 소포체의 막을 구성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우유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나 인간의 모유에는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로포드박사는 지난 82년 펴낸 『원동력』이라는 저서에서 『인종별 모유 1백㎖당 DHA의 함량을 조사한 결과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인이 가장 많아 22㎖이 함유돼 있으며 미국인 7㎖, 오스트레일리아인은 10㎖정도 함유돼있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안승요 교수(식품영양학과)는 『DHA가 뇌 세포구성 성분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물질이 두뇌를 좋아지게 하는 원인물질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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