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차관 8억불 연내지원/한­소간 경협 어디까지 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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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업협정 조기체결/민간기업 호텔업등 20여건 검토/과학기술공동위 내년 실무협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이들 국가를 주축으로한 이른바 환동해경제권의 구축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소련이 심각한 외환부족상황에 있고 내부 정정이 불안하며 도로·항만·통신등 사회간접자본형성이 극히 부진해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국가간 상보관계가 강해 앞으로의 경제협력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소경협진전상황과 일본의 현황을 알아본다.<박태욱기자>
이번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방한은 체류일정도 워낙 짧은데다 대소경협규모등 주요경제 현안문제의 골격은 이미 확정돼 있어 이의 조속한 추진 등을 다짐하는 성격을 띨 것이란 분석이다.
대소경협자금은 지난 1월 은행차관 10억달러,소비재차관 15억달러,플랜트연불수출 5억달러등 총 30억달러를 93년까지 제공키로 합의한바 있다.
이중 은행차관은 지난 3월30일 1차분 5억달러에 대한 차관제공협정을 산은등 국내 10개 은행단과 소련 대외경제은행간 체결했다. 이 자금은 소련정부의 지급보증서가 도착,조만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재차관에 대해서는 지난 3월1일 대상품목 34개에 합의를 봤고 이중 올해안에 지원키로한 8억달러의 배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창구지정과 물량배정작업을 5월안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연불수출자금 사용대상 15개 플랜트도 지난 3월1일 합의됐는데 이 자금은 92년부터 집행된다.
작년부터 추진해온 정부간 6개경제관계협정중 무역·과학기술·투자보장·2중과세방지등 4개협정은 작년 12월 서명했고 이중 무역·과학기술협정은 이미 발효됐다.
이밖에 항공협정은 작년 9월 전문 가서명후 부속서가 아직 미합의 상태나 사실상 완료됐고 어업협정만이 지난 1월 가서명했지만 소련의 소극적 태도로 본서명을 위한 회담개최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는 우리측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북양명태의 어획쿼타 확보인 반면 소련측은 주로 어선수리,가공공장 합작투자,배에서 필요한 물품공급 등을 원하는 입장차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어업협정체결을 위해 5월중 어획쿼타확보와 수산분야 합작투자를 연계해 풀어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 1월 합의한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소 과학기술공동위원회 설치문제는 늦어도 내년상반기중 1차회의를 열 수 있도록 5∼6월중 실무협의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회는 양국의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해 분야별 위원회에서 합의안되는 사항을 협의,처리하게 된다.
소련과의 교역은 지난해 수출 5억1천9백만달러,수입 3억7천만달러로 첫 흑자를 냈다.
대소 투자는 불안정한 소련 정정 등으로 아직은 미미하다. 한은의 허가를 받은 사업은 진도의 모피가공공장과 판매회사,현대종합상사의 삼림개발,홍중물산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등 네건이며 허가금액은 모두 8백95만1천달러에 불과하다.
이밖에 럭키금성의 트레이드센터 건설,현대의 펄프공장·석유화학플랜트 건설합작,삼성의 모스크바 스포츠호텔 개보수 및 운영과 합작어업 및 가공공장사업등 20여건의 사업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백억불 「고르비 프로젝트」제시/일­소 경협규모 어느 정도인가/대형 자원합작개발/14억불 삼림개발 내년 1월 착수/민간차원 석유화학 사업도 모색
일본 기업들은 이번의 소일 정상회담이 대소 비즈니스확대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간에는 이미 총액 14억달러가 드는 제4차 시베리아 삼림자원개발프로젝트를 내년 1월부터 착수키로 합의한 것외에도 자원개발·석유화학 등에 대형 합작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이들 프로젝트는 적게는 1억달러 정도에서 많게는 7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 일본 수출입은행 등의 공적융자가 필요해 북방 4도 반환과 경협등의 진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간베이스로 이뤄지고 있는 대소 대형사업으로는 삼릉상사·삼정물산,미국의 컨버스천 등이 토보리스크시에 계획중인 22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사업(폴리프로필렌 공장등)과 환홍이 미옥시덴탈 등과 진행중인 총 70억달러규모의 텐기스 석유화학사업(폴리에틸렌공장등)이 있다.
관민합동사업으로는 SODECO(사할린석유개발협력)가 사업주체가 된 사할린 석유·가스개발사업(투자규모 50억달러 이상)이 막바지 교섭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개별기업으로는 이등충 상사가 석유제품제조에 필요한 촉매플랜트를 개조하는 사업(1백10억엔)에 참여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은 시설개조로 생산이 늘어나는 석유제품(20∼30%)으로 회수토록 되어있어 외화부족상태의 소련으로서도 기대가 큰 분야다.
환홍은 브리얀스크 자동차제조공장설비의 일괄납품(4백억엔)에 대한 상담을 진행중이다.
소련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업계로부터 대규모 경제협력을 끌어낸다는 계획인데 이미 소련통상대표부가 총투자액 1백억달러에 달하는 20건의 이른바 「고르바초프 프로젝트」리스트를 제출한바 있다.
이 리스트는 중공업 재건을 중심으로한 중장기적인 대형사업들인데 소련은 현재 의류·식품·가전등 소비재의 생산공장 건설분야에 협조를 요구하는 2차 리스트를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에서 볼때 최대의 관심을 쏟는 분야는 극동지역의 방대한 에너지 자원개발이다.
북방 4도 반환과 이에 관련된 일본정부의 자금지원이 전제가 되겠지만 일단 이 문제가 풀리면 소련 극동지역개발은 「21세기로 이어지는 최대의 해외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석유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도 대부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호주 등에서 조달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보다 훨씬 가까운 소련 극동지역으로부터 에너지자원 조달이 가능해질 경우 일본의 에너지사정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사할린과 연해주로부터는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끌어온다는 구상도 있어 「에너지의 안정적확보」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극동지역의 개발사업을 축으로해 한국·중국,나아가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하는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강하다.
이미 현대그룹 등이 한일합작의 대소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같은 유형의 동아시아국가간 협력사업이 활발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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