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괜찮나…" 불안감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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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아이를 맡기겠습니까."

대구시 달서구 D어린이집에 아들(3)을 맡겼던 김모(30.여.회사원)씨는 "하루 3~4차례 분유를 먹여 달라고 했지만 한차례만 먹였다"며 "돌볼 아이들이 많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어린이집의 파행 운영이 알려지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원의 세배나 되는 어린이를 좁은 공간에 수용하고,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며 이 어린이집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부모들은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는 공간에 아이들을 수용하고, 정원인 30명분의 점심을 90명에게 먹였다"며 "이는 아동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구청에서 감사를 나오면 아이들을 인근 놀이터로 피신시켜 정원 초과 사실을 은폐했고, 이같은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게 어린이집 안을 볼 수 없도록 했다고 부모들은 주장했다.

다른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도 아이 챙기기에 나섰다. 상당수 부모들이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딸(4)을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 보내는 최모(32.여.회사원)씨는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린이집에 들러 볼 생각"이라며 "당국은 제대로 감시해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 달라"고 호소했다.

수사.대책=D어린이집 부모 57명은 원장 이모(34)씨를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낸데 이어 곧 원장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달서구청은 이 어린이집에 대해 사업정지처분을 내렸다.

한편 달서경찰서는 10일 피해 부모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연락이 끊긴 원장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1천7개(3만7천여명) 어린이집과 놀이방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시작했다. 정원 초과, 상해보험 가입, 급식.간식 메뉴와 지급 여부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시 관계자는 "상해보험 미가입, 비치 서류 미비 등 사소한 문제점은 일부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전 예고없이 조사해 문제점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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