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6년 동안 40억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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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출신의 외야수 정수근(26)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정수근은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홈런을 펑펑 쏘아대는 거포도 아닌 전형적인 '똑딱이'타자지만 역대 최연소 FA라는 점과 네차례(1998~2001년) 도루왕에 올랐던 빠른 발을 앞세워 역대 FA 계약 사상 최고액을 노리고 있다.

정수근이 내건 조건은 계약기간 6년에 총액 40억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FA 최고액은 2001년 양준혁이 삼성과 체결한 4년간 최대 27억2천만원이었다.

정수근은 10일 서울 잠실구장 내 두산 사무실에서 김태룡 운영.홍보팀장과 신분상 자유를 얻고 나서 처음으로 대면을 했다.

정수근은 계약기간 6년을 요구했고, 구단은 4년을 제시했다. 정수근은 "6년 이하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구단에서는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에서부터 팽팽히 맞선 양측은 금액에 대해서는 다음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수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며 새 팀으로 옮길 수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현재 북한산을 등반하는 등 혼자서 체력훈련 중인 정수근은 "내 나이로 보면 앞으로 6년은 최고의 전성기가 될 것이다. 6년이라는 기간에는 4년 뒤 얻을 수 있는 FA자격을 포기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내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마이너스 옵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의 김팀장은 "FA 계약기간은 4년이 기본이다. 정수근이 떠날 경우 외야는 전상열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 시장'에서는 삼성이 특히 정수근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거포가 빠진 타선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데다 도루 능력이 뛰어난 정수근이 '뛰는 야구'로 팀 컬러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은 팀 도루가 56개에 불과해 8개 팀 중 최하위였다. 비록 정수근이 올해에는 부상으로 15개의 도루에 머물렀지만 매년 30~40개의 도루가 가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톱타자 자리가 고민인 삼성에게 정수근은 매력있는 상품일 수 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주요 FA 선수에 관심이 있으나 우선은 주포인 마해영과의 우선 협상에 최선을 다할 때"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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