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의원」/여행경비 뇌물여부 공방(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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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첫 공판… 예상되는 법률논쟁/자동차 부품연 관련등이 쟁점/검찰 “국고지원 삭감않는 조건으로 받아”/변호인 “해외공장 실태파악 위한 활동비다”
정치권의 타락상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계기가 됐던 「뇌물외유」사건관련 의원들에 대한 첫 공판이 3일 열렸다.
이재근 전 국회 상공위원장(54·평민)과 이돈만(43·동)·박진구(57·전 민자) 의원 등 「뇌물외유」사건 관련의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에 이어 수서사건 관련의원 5명에 대한 공판도 이달 중순께부터 열리게 돼 정치권의 비리가 잇따라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된 셈이다.
이 두 사건은 각각 현역의원 3명과 5명이 수뢰혐의로 한꺼번에 구속기소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뇌물외유사건은 수서사건과는 달리 유관단체의 경비지원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관례성 해외여행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특히 뇌물죄구성의 핵심인 직무관련성과 관련,자동차공업협회의 자동차부품 종합기술연구소 설립추진과 여행경비 지원과의 대가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들간에 열띤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검찰은 세 의원을 구속한 뒤 보강수사를 계속,의원들이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받은 해외여행경비 3천1백68만원은 부품연구소에 대한 국고지원을 국회에서 삭감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명백한」 뇌물임을 밝혀내 공소유지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국회 상공위 속기록 검토결과 관련의원들이 자동차세·공해배출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었고 정부가 연차적으로 부품연구소 설립에 총 3백억원을 지원키로한 안건이 국회에 계류중인 점으로 볼때 「직무관련성」이 명백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뇌물공여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 임도종씨가 2월초 증거보전절차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주선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자동차업계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한 로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술,세 의원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검찰은 확신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검은 이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수사를 맡았다가 3월초 고등검찰관으로 승진,부산지검으로 발령된 이훈규 검사를 파견형식으로 공판에 간여시키기로 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세 의원은 이미 평민당소속 율사의원들과 이재인 변호사 등 24명을 변호인으로 선임,법정투쟁을 벌일 준비를 해놓고 있다.
변호인들은 특히 세 의원이 부품연구소 국고지원금을 삭감없이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해외여행경비를 지원받았다는 공소사실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전해졌다.
즉 자동차부품연구소의 설립은 업계의 이익은 물론 자동차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이익과도 부합돼 업계의 로비때문에 국회가 국고지원을 통과시켜준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이들 의원들은 국고지원금 규모에 대해 삭감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개진한 사실도 있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게 변호인들의 견해다.
변호인들은 이밖에 『이 전위원장등의 이번 여행이 자동차업체 해외공장 실태파악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자동차공업협회 이사회에서 임도종 부회장이 한 발언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며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영수증까지 써주고 받은 돈을 뇌물로 규정하는 것은 뇌물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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