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식 아닌 2세 환경교육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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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개선노력과 정부와 기업의 투자 및 기술개발 등이 우선적인 당면과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생활습성의 변화 없이는 환경문제가 개선될 수 없다. 여기서 국민에 대한 환경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현재로서는 대다수 국민이 환경오염과 그것이 가져오는 파괴적 결과에 대해 무시하고 남의 탓만 하고 있기 때문에 공해물질을 배출하는데 추호도 양심의 가책이나 절제가 없는 형편이다. 기업도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 추구한 결과 공해물질을 몰래 버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행위라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다. 이런 무지와 몰지각을 일깨워 주는 데는 환경교육의 철저한 시행이 시급하다.
이러한 환경교육은 TV를 중심으로한 매스컴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런 교육은 행동양식이 사회관습으로 몸에 배기 전인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물론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환경교육은 그 중요성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88년 개정·공포된 제5차 초·중등교육 과정에서도 극히 형식적이고 단편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환경교육과 연관이 있는 각 교과에서 효과적으로 환경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내용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독립교과목으로 분리하여 총체적인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해의 원리나 수치를 외우는 따위의 암기를 위한 교육이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지역특성에 맞게 현실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실상을 직접 보고 확인하며 그것이 초래하는 파괴적인 결과를 실감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환경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에 대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생활습관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우리생명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이것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 어떤 가치를 갖는 것인가를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생활태도의 변화를 통해 실천에 옮기는 살아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성장해서 사회를 이끄는 주역이 됐을 때는 합성세제를 남용하는 무책임한 생활인,유해폐기물을 함부로 쏟아버리는 악덕기업인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경오염치를 축소해서 국민을 속이고 업자와 야합해서 공해배출을 적당히 눈감아주는 관리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소망은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으로 투철한 가치관과 환경습성을 갖춰줄 때만 가능해질 것이다.
자연환경은 사람의 삶의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 자연환경 역시 사람들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엄밀한 상호작용 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사활을 같이하는 공동운명체임을 인식시키고 그 인식에 합당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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