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탁구로 남북단일팀 첫 시동(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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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단 46년만에 흐뭇한 한마음 훈련/민단­조총련에도 화해물결 이어져
분단 46년만에 역사적인 남북한 단일팀으로 구성된 코리아탁구팀이 지난 25일 그 첫발을 내디뎠다.
남북 탁구선수단 56명(임원 34,선수 22명)은 25일 오후 2시45분 일본 동경 나리타공항 1층 귀빈실에서 합류해 단일팀 코리아팀을 구성,오는 4월24일 일본 지바에서 개막되는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까지 43일간의 장정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지난달 12일 남북 체육회담에서 단일팀구성 합의가 이뤄진지 40일만의 역사적 사건으로 분단이후 최장기 남북접촉의 막을 여는 것이다.
코리아탁구팀은 합동훈련(나가노시) 첫날인 26일부터 서로를 칭찬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체제차이로 인한 문화적 충격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있다.
북측의 남녀 에이스인 김성희와 이분희는 각각 자신들의 복식파트너인 남측의 유남규와 현정화 등에게 『잘 이끌어달라』『마음 든든하다』는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윤상문 여자팀 감독(남측)이 『체력이 앞서는 북측의 체력훈련 방식을 따르겠다』고 나서자 황건동 남자팀감독(북측)은 『단체전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선 남­남선수만의 기용도 가능하다』고 맞받아 남북이란 구별을 지우고 있다.
단일팀 코칭스태프는 연장자순으로 남녀선수 주장을 선발,남자주장에 북측의 이근상,부주장엔 박지현(남측)을,여자주장에는 남측의 홍순화,부주장엔 이분희(북측)를 각각 뽑았다.
선수들은 남북단합을 다짐하는 「단결」을 공식구호로,「한마음으로 정상을」을 훈련목표로 세우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같은 화해무드는 재일민단과 조총련에도 이어져 26일 저녁 나가노 국제회관에서 베풀어진 단일팀 환영만찬은 민단과 조총련 동포들이 19년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형진 단장(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창제 총감독(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은 「봉선화」「아리랑」 등을 즉석 합창,일본에서 남북의 동질성을 과시했다.
또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온 김용균 체육청소년부차관은 김형진 단장과 회동,통일축구대회의 재개,바르셀로나올림픽과 95년 삼지연동계 아시안게임에서의 단일팀 구성 등에 관한 긍정적인 의견을 교환,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같은 화합분위기에도 불구,단일팀이 최상의 성적이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골이 산재해 있다.
남측은 훈련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남북 혼성복식조끼리의 한방쓰기를 제안했으나 『아직 이르다』는 북측의 신중론에 밀려 숙소인 워싱턴호텔의 4,5층을 분리해 쓰고 있는 형편이다.
남북의 용어차이로 인한 언어의 갈등도 시급히 극복해야할 문제로 드러났다.
서브에 해당하는 북측의 용어는 「쳐넣기」,리시브는 「받아치기」,스매싱은 「때려넣기」,드라이브는 「감아치기」 등으로 서로 달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않은 혼란을 야기시켰다.
남북 주전들의 부상과 그 후유증도 이질감 해소와 호흡맞추기에 앞서 선결해야할 최대문제로 떠올랐다.
남북의 남녀선수 모두 기량면에서는 세계정상 수준에 올라 있지만 김성희의 허리부상,이근상(오른쪽 무릎인대)·이분희(간염)의 부상후유증,유남규(어깨부상)와 박지현(오른쪽 발목인대 부상)도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점 등 주전 대다수가 부상·후유증에 시달려 전력차질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 코칭스태프는 1주일간의 1차 합동훈련에서 이같은 점을 감안,서로의 구질파악과 호흡일치 등 적응훈련 못지 않게 체련훈련에 큰 비중을 두었다.<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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