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부동산 시장 4대 궁금증②] 상승세 잠복 곳곳에 지뢰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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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반값 아파트' 논란으로 새해 집값 전망은 일순간 안개 속으로 빠져 들었다. 새해에도 반값 아파트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장예측이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반값 아파트의 환상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이코노미스트가 새해를 맞아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풀 가이드'를 마련했다.

반값 아파트가 화두로 떠오른 2007년 새해에는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 11·15 대책 이후 급등했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 같은 아파트값 변동률만 놓고 볼 때 11·15 대책이 집값 안정에는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움직임,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잇따라 버블 붕괴 우려를 피력한 점 등도 집값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추격매수 부담과 계절적인 비수기 등이 맞물려 상승세가 잠복해 있을 뿐이다. 전적으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주택건설 규제로 정상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게 집값 상승의 주범이다. 2002년 이후 부동산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매년 3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필요했지만 실제로는 20만 가구에 그쳐 매년 10만 가구씩 부족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총 30만 가구의 공급 물량이 받쳐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주상복합 건물의 주택건설 비율이 이전 90%에서 70%로 낮아진 점이나, 오피스텔과 주거시설 비율이 기존 5대 5에서 7대 3으로 낮아진 점, 다가구·다세대주택 건설시 주차부지 확보를 강화한 점 등도 공급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참여정부가 추진해 왔던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집값 하락의 전조=우선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버블 붕괴 우려’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경제 위기 요인으로 ‘버블 붕괴’ 가능성을 지목한 데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갟G경제연구원 등도 집값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연구원도 “경기 하락기에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거품이 일거에 꺼질 수 있어 금리 조정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12월 초 “집값 거품 붕괴가 가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의견은 대체로 ‘급격한 금리 인상’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 정부 입장으로서는 이 같은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

금융권을 통한 전방위 대출 규제 압박도 눈여겨보자. 수도권 투기과열 지역에 있는 6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아니라고 해도 대출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주택담보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금융권에서는 6·30 주택담보대출 제한조치와 8·31 부동산 대책 때 발표된 ‘처분 조건부 대출’과 ‘축소 조건부 대출’의 시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 조치로 추가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8000억원에 달해 대출 억제는 물론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CD 금리는 지난 10월 초 4.58%에서 12월에 4.74%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집값 안정화도 상당 부분 기여할 전망이다.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1999년 폐지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키로 한 것은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대책으로 민간 주택 물량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부풀리기를 막아 집값 안정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분양가 자율화 시스템보다 10~30%의 가격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다 정부와 정치권이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라서 새해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변화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1999년에 시행된 분양가 자율화로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2006년 10월 현재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391만8900원으로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1998년 520만700원보다 267%나 급등했다. 고분양가는 결국 주변 집값을 함께 끌어올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전조=우선 전세시장 불안 요소가 매매시장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잠잠했던 전세시장이 반값 아파트 공약과 겨울방학 이사철과 맞물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반값 아파트와 아파트 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매 수요가 줄어들고 전세 수요가 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2007년 봄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45평의 경우 현재 전셋값이 한 달 전보다 5000만원가량 올라 8억3000만원 안팎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도곡동 도곡렉슬 26평과 33평도 10월 말보다 2000만~3500만원이 올랐다. 참여정부 들어 대폭 늘어난 각종 세금에 대한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돼 8·31대책 이후 계속해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금 납부를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 2006년에는 중소형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고, 세입자들이 집을 구입하기가 여의치 않았었다.

전세 물량이 줄면 전셋값이 올라 매매가도 동반 상승하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새해에는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2006년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전셋값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입주물량 및 주택건설 인·허가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는 여전하다. 부동산114와 대한주택공사갨H공사 등에 따르면 2007년 서울의 입주 아파트는 총 3만6711가구로 2006년 4만6333가구에 비해 20.8%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7년 상반기 입주량이 1만3447가구로 2006년 상반기(2만2207가구) 대비 39.4%가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도 역시 2007년 입주량이 7만5775가구로 올해(9만6013가구)보다 21.1%가 줄어들 예정이다. 시기별로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2007년 상반기(-33.4%)가 하반기(-8.2%)에 비해 감소폭이 더 클 전망이다. 특히 강남·강동·서초 같은 강남권의 입주물량은 2006년 초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치상으로는 모두 2595가구로 2006년의 같은 기간 중 강남권 입주물량(8489가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택 건설 실적도 낮다. 건설교통부 수치를 보면 2006년 10월까지 수도권 주택 건설 실적은 10만2449가구로 2005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2% 줄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8만4576가구로 2005년보다 무려 21.3% 줄었다.

주택건설 인·허가 후 6개월~1년 내 착공과 함께 분양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2007년 수도권 내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2007년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물량도 20% 정도 줄어든다. 이 같은 주택 인·허가 실적은 6개월~1년 뒤 주택 분양 감소→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2007년 이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530조원의 부동자금과 토지보상비 향방도 집값을 불안케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은행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해 부동산 대출 억제를 간접적으로 유도했고, 시중의 통화량을 일정부분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는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에 대한 흡수 대책은 미흡하다.

새해 집값도 안심 못 해=결론적으로 현재 실수요자 측면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워낙 강하고 투자처를 찾는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넘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만큼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전환’이 없으면 새해 집값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수도권에 풀리고 있는 10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비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 인천 영종지구에 대한 토지보상비가 4조7000억원에 이르고 평택 소사벌지구·화성 향남2지구·서울 우면2지구 등을 합하면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토지보상비는 상당 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고정수입이 없어지는 원주민의 경우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나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 아파트, 주변의 대체농지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2007년 상반기 발표 예정인 강남권을 대체하는 3기 신도시는 검단 신도시 발표 때처럼 주택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기도 광주 오포·태전·초월면, 이천 신둔, 용인 모현, 경기도 하남 등지의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신도시 조성을 통한 중장기 공급대책뿐 아니라 세제 부분도 손질해야 한다.
특히 일정조건 하에서 양도세 감면, 양도세 비례세율 확대와 같은 특단의 조치로 기존의 아파트 매물이 나오게 하는 단기공급 대책도 아울러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새해 봄 이사철을 맞아 잠복해 있던 집값이 다시 한번 꿈틀거릴 가능성이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ournps@hanmail.net]

[2007년 부동산 시장 4대 궁금증]
①땅값은 누구 주머니서 나오나
②상승세 잠복 곳곳에 지뢰밭
③수도권 신도시 눈여겨보라
④은평 판교 동천에 '해' 뜬다

<이코노미스트 8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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