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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키워드로 본 2006 대중문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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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동영상 만드니 나도 스타 …'기타 지존' 에 깜짝 … 私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당신(YOU)'이다. 세계적인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제작 콘텐트)' 열풍을 반영한 키워드다. 기술 발달로 동영상 제작.공유가 가능해진 아마추어 1인 창작자들이 문화 생산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UCC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이끌었고, 그 열풍 속에 다수의 스타가 배출됐다. 스스로를 웹에 공개하고 유명해지기를 즐기는 '퍼블리즌(Publizen)'의 등장, 생산자 겸 소비자를 뜻하는 '생비자(프로슈머)'의 출현과 맞닿은 현상이다.

캐논의 파헬벨 기타 연주로 유명해진 기타리스트 임정현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임씨가 자신의 방에서 직접 찍은 동영상은 웹에서 인기를 끌었고 해외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생방송 야구 중계로 2만 명의 팬을 몰고 다니는 캐스터 조용석씨, 휴대전화로 촬영한 막춤으로 인기 끈 세 자매도 올해 UCC 스타들이다. UCC 열풍은 기존 미디어로도 적극 수용되고 있다. 스타들의 망가진 사진을 캡처하는 '굴욕' 시리즈도 UCC의 산물이다. 아마추어와 스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스타의 절대권력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마빡이.몸짱.S라인 열풍 … 광고도 몸짓 하나로 … 體

시종일관 똑같은 동작으로 자신의 이마를 때려가며 진땀을 흘리는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마빡이'는 올해 개그계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배꼽 잡게 하는 대사나 반전도 없고, 그렇다고 슬랩스틱 스타일도 아닌 마빡이 신드롬의 이면에는 몸에 대한 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끊임없이 해독을 요구하는 정보의 홍수, 집중하고 봐야 웃음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고난도 개그들의 범람 속에서 단순한 몸 동작 개그는 강렬한 인상과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준다. 몸이 갖는 '원초적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광고에서도 몸 동작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휴대전화의 폴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모델의 몸을 반으로 접어버리고, 휴대전화 화면의 각도조절 기능을 부각하기 위해 여자 모델이 남자 모델의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식의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몸에 대한 관심은 '몸짱' 'S라인'이라는 용어로 이어지며 이를 소재로 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사모님' '된장녀' 있는 척하는 꼬라지 하고는 … 弄

"김 기사, 운전해~어서." MBC '개그야'의 '사모님'은 올해 대표적인 유행어 속 주인공이다.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명품을 걸친 채 짐짓 우아하고 품위 있는 척하지만 얄팍한 식견과 속물적 기질을 이내 터뜨리며 풍자 개그의 새로운 재미를 낳았다. 이영애.이나영 등 스타들이 광고에서 이 말투를 따라하고 나설 정도였다.

경제 위기와 부동산 폭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여파일까. 있는 척, 가진 척하는 계층을 조롱하는 유머는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패션7080'도 마찬가지. 첨단 유행의 본산인 압구정동 출신임을 내세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옷차림으로 등장해 오히려 실소를 자아냈다. 이들과 정반대 처지인 청년실업자도 '현대생활백수'코너로 시청자를 웃겼다. 변변한 수입 없이 '추리닝'차림으로 뒹굴면서 늘 몸통보다 더 큰 '서비스'를 요구하는 억지가 특기다. "안 되겠니.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실속보다 외형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은 '된장녀'에도 드러났다.

고구려 역사 드라마로 방송을 평정하라 … 史

올 상반기부터 불어닥친 사극 열풍은 대단했다. 방송 3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구려 역사 드라마를 내놨다. 시청률 40%대를 훌쩍 넘는 MBC-TV의 '주몽'을 필두로 '연개소문'(SBS), '대조영'(KBS) 등 고구려 드라마는 성적도 좋았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도 국내에서만큼은 세울 수 있었다. 하지원의 열연이 돋보인 '황진이'는 여성 사극으로 이들 고구려 드라마와 대척점을 이뤘다. 뜻밖의 흥행작 '왕의 남자'의 성과는 또 어땠나. 연극 '이'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이 영화는 옛 시대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 '웰메이드 사극'이란 명함을 달았다. 고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색채를 뽑아낸 '음란서생'도 분방한 상상력으로 사극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으로 꼽혔다. '공길' 이준기를 벼락 스타로 만든 '왕의 남자'는 1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왕의 남자' '궁' '타짜' 원작은 따로 있었네 … 通

"통하였느냐~." 올해는 영화와 연극.뮤지컬, 드라마와 만화, 영화와 소설 등 장르간 교류와 소통이 유난히 활발했다. 올 초 드라마 '궁'과 영화 '왕의 남자'가 각각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는 앙코르 공연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최근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신세대의 사랑을 받던 박소희의 만화 '궁'은 MBC 드라마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만화 원작의 강세는 영화로도 이어졌다. 허영만의 연작만화 '타짜' 중 1부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한 '타짜'는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괴물'에 이어 흥행 2위에 올랐다. B급달궁의 만화 '다세포소녀'는 극장판과 케이블TV 시리즈로 동시에 선보였으며, 강풀의 만화 '아파트'는 고소영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 원작도 만화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작품이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9월 중순 개봉한 영화가 3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소설도 9월 둘째 주부터 8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시너지(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도 염정아.지진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다음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엔터테인먼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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