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인사 … 욕만 얻어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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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21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자문회의 상임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의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을 각각 통일부.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데 대해 "링컨 흉내 좀 내려고 해 봤는데 재미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링컨 대통령의 포용 인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비슷하게 하고도 인사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니까 힘들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이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 세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평가절하함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과 충돌이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고 전 총리와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을 유지하겠다는 노 대통령과 달리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고건 전 총리와의 통합을 전제로 한 신당창당론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의 통합에 적극적인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자신이 임명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양심껏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게 정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이제) 터질 때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하겠다. 그게 단임 정신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미 동맹 관계와 관련, 그는 "미 2사단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이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미국과)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겠나. 심리적 의존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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