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CoverStory] 웰컴 투 셀프 파티 - # 1 뚝딱 30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며칠 안 남은 크리스마스, 고민 많으시죠. 그래서 week&이 제안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친구와 집에서 파티를 열자고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 시간과 돈과 노력을 적게 들이고도 기분 좋게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드레스 코드는 '레드'입니다. 가장 멋진 의상을 입고 그 위에 레드 포인트, 잊지 마세요."

17일 오후 4시. '띠리링'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 파티에서 플래너 역할을 맡은 JW메리어트 호텔 김지은 실장이 보낸 것이다. "청바지와 티셔츠는 금지. 6시까지 이촌동 주연이네 집으로 오세요." 이 시간, 파티 호스트인 조선호텔 안주연 주임은 느긋하기만 하다. 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풍선 등 장식용품 준비도 손님들의 몫이다. "저는 장소만 제공해요. 음식도 다 사오기로 했어요.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최대한 재미있게 놀자. 그게 우리 생각이죠." 안 주임의 말이다.

오후 6시가 지나자 초인종이 잇따라 울렸다. 안 주임의 올케 김진경(공무원)씨가 현관에서 음식 봉투를 받아들었다. 김밥.샐러드.치킨.부침개…. 직접 만들어 온 음식은 하나도 없지만 예쁜 그릇 위에 올려놓으니 그럴듯했다. 몇몇 사람이 풍선을 집어들고 바람을 넣었다. 홍장선(대학원생)씨 부부가 가져온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벽에 걸고 나니 준비 끝. 파티 준비에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 이상훈 국장이 와인을 열며 파티 분위기를 돋웠다. "우리 레드 포인트 체크하자." "난 레드 스커트." "난 숄이 빨간색이야." 이 국장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빨간색 열쇠고리를 보여주자 일행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홍씨의 딸 서영(3)이가 빨간 루돌프 인형을 껴안고 사람들 사이로 뛰어다녔다.

식사 후 경매가 이어졌다. 인형.라디오.만화책.목욕용품.시가…. 참석자들이 내놓은 물건들이 탁자 위에 그득히 쌓였다. 중개인을 맡은 이 국장이 감칠맛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만화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심심한 싱글족과 주말마다 방바닥을 긁는 남편에게 좋은 선물로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은 이 국장이 내놓은 레트로 라디오. 9000원을 내고 사진작가 이승하씨가 가져갔다. 참석자들은 이날 경매로 모은 돈 4만원을 모두 어려운 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

'만원의 행복'순서에서는 참석자들이 1만원 상당의 선물을 서로 나눴다. 번호표를 뽑은 뒤 해당 번호가 붙은 선물이 참석자들에게 하나씩 돌아갔다. "이건 여자용 화장품이잖아! 선물 바꿔줘." 이 국장이 애교 섞인 비명을 질렀다.

송년 파티인만큼 새해 소망도 이어졌다. "난 올해 너무 힘들었어. 일도 너무 많았고 몸도 안 좋아졌어." "내년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시집 갈 사람들은 시집도 가고…." "커플이 생기면 파티 멤버가 한 명 더 늘어나겠네." 와인 잔들이 서로 입맞춤하며 송년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글=홍주연 기자<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