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오늘 드레스 코드는 '레드'입니다. 가장 멋진 의상을 입고 그 위에 레드 포인트, 잊지 마세요."
17일 오후 4시. '띠리링'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 파티에서 플래너 역할을 맡은 JW메리어트 호텔 김지은 실장이 보낸 것이다. "청바지와 티셔츠는 금지. 6시까지 이촌동 주연이네 집으로 오세요." 이 시간, 파티 호스트인 조선호텔 안주연 주임은 느긋하기만 하다. 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풍선 등 장식용품 준비도 손님들의 몫이다. "저는 장소만 제공해요. 음식도 다 사오기로 했어요.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최대한 재미있게 놀자. 그게 우리 생각이죠." 안 주임의 말이다.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 이상훈 국장이 와인을 열며 파티 분위기를 돋웠다. "우리 레드 포인트 체크하자." "난 레드 스커트." "난 숄이 빨간색이야." 이 국장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빨간색 열쇠고리를 보여주자 일행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홍씨의 딸 서영(3)이가 빨간 루돌프 인형을 껴안고 사람들 사이로 뛰어다녔다.
식사 후 경매가 이어졌다. 인형.라디오.만화책.목욕용품.시가…. 참석자들이 내놓은 물건들이 탁자 위에 그득히 쌓였다. 중개인을 맡은 이 국장이 감칠맛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만화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심심한 싱글족과 주말마다 방바닥을 긁는 남편에게 좋은 선물로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은 이 국장이 내놓은 레트로 라디오. 9000원을 내고 사진작가 이승하씨가 가져갔다. 참석자들은 이날 경매로 모은 돈 4만원을 모두 어려운 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
'만원의 행복'순서에서는 참석자들이 1만원 상당의 선물을 서로 나눴다. 번호표를 뽑은 뒤 해당 번호가 붙은 선물이 참석자들에게 하나씩 돌아갔다. "이건 여자용 화장품이잖아! 선물 바꿔줘." 이 국장이 애교 섞인 비명을 질렀다.
송년 파티인만큼 새해 소망도 이어졌다. "난 올해 너무 힘들었어. 일도 너무 많았고 몸도 안 좋아졌어." "내년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시집 갈 사람들은 시집도 가고…." "커플이 생기면 파티 멤버가 한 명 더 늘어나겠네." 와인 잔들이 서로 입맞춤하며 송년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글=홍주연 기자<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