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자제 홍보나 힘쓰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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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군·구 기초의회의 선거운동이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으레 소란스럽게 치러져 왔던 역대선거와는 달리 이번 선거는 매우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과 관련 당사자들 모두가 들뜨지 않은 이 새로운 양상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특히 선관위와 정부당국은 원인규명 및 제도개선방안 검토와 투표율 제고대책 등을 모색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사실 예상보다 저조한 경쟁률,무투표당선지구의 대거 출현,후보자들의 잇단 사퇴사태,썰렁한 합동유세장 풍경 등을 보면 30년만에 부활되는 지자제의 첫 선거치고는 이상현상이라 할만도 하다.
이 새로운 선거양상이 특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담에서 비롯됐다면 이것은 지자제의 성공적 착근을 바라는 여망에 비추어 대단히 우려할 만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두가지 현상이 지금까지 보아 온 부정적 관행을 압도하고 있는데 대해 주목하고 평가하고자 한다.
그 첫째가 돈 덜드는 선거풍토의 출현이다. 극히 일부에서 금품수수와 향응제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금권선거의 배격양상이 지배적 분위기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결과는 한결같이 금품제공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타락양상이 현저히 개선됐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둘째,선거운동의 과열상이 수그러들면서 비교적 깨끗한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후보자들이 모호한 이유로,또는 후보자끼리의 담합이나 금품수수에 의해 무더기로 사퇴하는 등의 부정적 행태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죽고살기식의 이전투구 양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선거운동은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고무적인 징후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긍정적 현상이 이번 선거에 나타나고 있음에도 우리는 또 정부와 선관위 및 유권자에게 촉구하고 당부하고 싶은 절실한 사항이 있다.
공명선거를 「전쟁」차원으로 다짐한 정부가 선거기간중 친여성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장미빛 시책의 발표 등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런 간접적 친여선거지원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대신 지자제가 왜 중요한가를 알리는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여론조사결과는 국민의 대다수가 기초의회기능을 잘 모른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것이 유세장을 썰렁하게 만들고 나아가서 투표율을 저조하게 할지도 모를 주요 요인임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선관위도 정부의 탈법적 관권개입 혐의가 나타나면 단호한 입장표명을 해서 스스로 중립적 권위를 세우는 자구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의회기능 또는 후보자를 모른다고 뒷짐만 져서는 안된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알려고 하는 적극적 참여를 통해 자신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를 다루게 되는 지방의회를 자기 일로 알고 적극 참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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