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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물 오래 먹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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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지하수를 마실 경우 보는 피해는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 어떤 사람이 마셨느냐, 얼마나 계속 마셨느냐에 따라 다르다. 수질 기준은 오염에 취약한 계층까지도 감안한 수치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 당장 몸이 아프게 되는 심각한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기준을 초과한 물을 장기간 마신다면 물론 건강을 해친다.

◆ 아기 청색증 유발=문제가 된 지하수의 대부분은 질산성질소 기준을 초과했다. 질산은 성인보다 한 살 미만의 아기에게 '블루 베이비 신드롬'이라는 청색증을 일으킨다. 아기는 위액의 산도가 낮기 때문에 위에서도 세균이 자랄 수 있다. 이 세균 때문에 질산은 아질산으로 바뀌고, 아질산은 다시 혈액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아질산은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을 방해하고, 산소가 부족한 아기는 온몸이 파랗게 된다. 1953~60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질산성질소 70~250ppm이 든 물에 우유를 타먹은 어린이 115명이 청색증에 걸려 9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통 지하수가 축산폐수나 인분으로 오염되면 질산 성분이 많아지는데, 질산 농도가 높으면 그만큼 병원균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카드뮴.불소도 초과=이번에 적발된 지하수 가운데는 카드뮴.불소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도 있었다. 카드뮴의 경우는 일본에서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되는 중금속이다. 뼈가 쉽게 부러지고 전신이 쑤시는 증세를 나타낸다.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낮은 농도라도 장기간 마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충치 예방에 쓰이는 불소도 많으면 위험하다. 18일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 탓에 마을 어린이의 치아 색깔이 변하고 구멍이 생기는 등 불소중독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 다른 조사는 괜찮나=환경부는 지하수뿐만 아니라 토양 오염, 다중 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질, 자동차 배출가스 정밀검사,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농도 등도 민간기관의 측정 대행을 허용하고 있다.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대행 기관이 고객에게 불리한 결과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이들 업무에서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담당하는 정비업체에서 측정치를 조작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환경부 이필재 감사관은 "환경부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검사 인증 업무와 관련한 전반적 감사를 하고 있다"며 "현장 검사기관을 지도점검하기 위해 4대 강 환경감시단 소속 사법경찰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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