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미지높이기」 한창/영 파이낸셜타임스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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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빠르면 내년 권력승계 가능성
최근들어 북한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노력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 그 아들 김정일에 대한 이미지 높이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빠르면 두사람이 각각 80세와 50세가 되는 내년중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15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보도했다.
다음은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 신문의 존 리딩 서울특파원이 김정일 부자의 권력세습문제에 관해 쓴 기사의 요약.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개인숭배자 가운데 한명인 북한의 강권통치자 김일성 주석이 저자세를 취한다는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위대한 지도자」가 80세가 되는 내년,그는 과거와는 달리 자신에 대한 어떠한 기념물도 세우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의 80세 생일에 맞춰 평양시내에 새로운 전차노선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레닌과 차우셰스쿠·호자의 동상이 쓰러져 나뒹구는 걸 보면서 약간의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고 평양에 있는 한 외교관은 김일성의 심경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북한의 개인숭배가 약화되고 있는게 아니라 단지 그 대상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 문자그대로 무대중앙을 차지하는 것은 김일성이라기 보다는 김정일이다. 평양 예술극장은 지난주 이틀 연속으로 김정일을 기리는 공연을 계속했고,또다른 극장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김정일리아」꽃을 주제로 한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자신의 부친과 같은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못한 그가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같은 방법도 필요할 것이라고 평양과 북경의 외교관들은 말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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