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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 찌든 정치권 386 은 꺼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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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386, 그들도 나이를 먹었다. 목놓아 민주화를 외쳤던 그들의 치열한 20대는 가고,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다. 그들은 우리 역사에서 권위주의 정권과 싸워 승리를 쟁취한 거의 유일한 세대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쌓았던 찬란한 ‘과거’는 잊히고 무능함만이 현실을 배회하고 있다.

정치 권력의 핵심에 진입한 ‘386’들의 아마추어리즘 탓이다. 386은 이렇게 좌절하고 마는가? <이코노미스트>가 386 경제인들의 육성을 들어봤다. 툭 터놓고 속 깊은 얘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386에 대한 오해가 있으면 해명하고, 자신들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비전과 역할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

좌담엔 김경준(1962년생, 서울대 82학번) 딜로이트컨설팅 전무(사회 겸 패널), 이청종(1969년생, 연세대 87학번) 후이즈 대표, 최홍(1961년생, 서울대 80학번) 랜드마크자산운용 대표가 참석했다. 이 좌담은 12일 <이코노미스트> 회의실에서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화두① 386은 실패했나?
"운동권 출신 정치인 386의 실패일 뿐"

최홍 대표 : 386이 전 세대(475세대)와 비교해 볼 때 본질적으로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70년대 유신시대는 더 암울했고, 극단으로 가는 시대였다. 386세대의 시대적 고민은 그 전부터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 굳이 386을 전 세대와 비교하자면, 좀 더 자유롭고 윤택한 경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자유분방하고, 낙관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역사적 진전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70년대 학번 선배들은 강하게 싸웠지만 좌절했던 세대로 사회가 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반면 386은 변화의 축에 있었고, 이념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을 목도했던 세대다. 일반적으로 386세대가 낙관주의와 긍정적 사고를 갖게 된 이유라고 본다. 이것이 간혹 지나친 자기확신 성향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청종 대표 : 386세대는 대학 시절 운동권이건 아니건 거의 모두 철학책을 읽었다. 기본적으로 철학과 사상을 공부한 탓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다. 민족을 고민하고, 세계 속의 한국을 고민한 세대다. 개인적으로 보면 좋은 시대를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386은 상당한 동질감을 갖고 있다. 87년 민주화 운동의 공간에 같이 있었고, 결국 성공했다는 동질감이 분명히 있다.

김경준 전무 : 386세대는 일반적으로 민족·평화·한반도 정세 등거대 담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낭만적 민족주의에 고르게 영향을 받은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386세대가 최근 자유주의연대가 밝힌 ‘허위 지식인 4인방’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뉴라이트 운동의 한 축인 자유주의 연대는 최근 강만길·백낙청·리영희 교수와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허위 지식인 4인방으로 규정하고 “진보의 탈을 쓰고 반(反)지성과 허위의 논리를 펴나가는 핵심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 네 분이 생산한 콘텐트가 386세대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고,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이 네 분을 허위로 생각하는가, 진짜 지식인으로 생각하는가는 각각의 생각에 달렸다.

최 대표 : 386세대가 모두 동질성을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80년대 전반과 후반 학번이 다르다. 정치권 386과 생활인 386 역시 차이가 크다. 흔히 ‘386이 한물 갔다’는 것은 정치권의 실패에 해당되는 얘기다. 386은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이다. 정치권이 실패한 것 때문에 우리 세대 전체가 매도돼야 하나? 나이로 보면 386세대는 앞으로 10년 동안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텐데, 벌써 끝났다고 하면 억울하다. 386의 실패는 오로지 운동권 출신 정치권 386의 실패일 뿐이다.

김 전무 : 386의 정체성을 반미친북으로 규정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미국을 악마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미 정서가 있고, 북한을 끌어안는 정서를 강하게 갖고 있다.

화두 ② 386은 반미친북적인가?
"북 체제와 북한 인민을 구분하라"

최 대표 :‘반미친북’이란 단어를 보고 있는데, ‘반 미친 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맞다. 사실 386은 북한에 반쯤 미친 세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반미친북’은 너무 이분법적이다. 그 시대에 반미로 간 것은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민족’을 내세우며 ‘반미’를 강조하는 것은 약자 콤플렉스를 낭만주의적 긍지로 극복하려는 자세로 보인다. 386 정치인들이 북한에 ‘자꾸 끌려간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강약을 조절하며 가야 한다.

이 대표 : 386이 반미친북을 주장했다기보다 기성세대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토로했다고 본다. 이제는 당시 386의 얘기가 식상한 주제가 됐지만 그때는 대단히 도발적이고 충격적이었다. 나 역시 데모할 때 ‘반미친북’하며 참여한 적이 없다.미국 얘기를 하자면, 우방인 것은 인정하지만 북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솔직히 미국이 갖고 있는 한반도의 통치 논리에 휘말리면 우리는 꼭두각시가 된다. 미국에 보조를 맞추되 북한을 당겨서 경제협력을 추진해 가야 한다.

김 전무 : 45년 이후 분단을 필연적 사실로 봤을 때, 남한도 공산권에 편입됐다면 지금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미국 자본주의 말단에 편입돼 시장경제를 터득했고, 미국에 가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고, 경제가 발전한 것이다. 북한은 한마디로 ‘국가적 노예제’다. 경협만 봐도, 북한 노동자들은 회사에 노동력을 팔고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북한 정부가 대리 고용해 지대를 착취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 체제 안에서 실질적으로 노예 주인은 김정일 하나다.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 386, 특히 정치인 386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낭만적 민족주의다. 물론 북한 동포는 중요하다. 코스트를 지불해서라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점도 맞다. 하지만 북한 체제와 북한 인민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민족’을 절대적 가치로 삼는 것은 도그마가 돼 우리 삶을 옥죌 것이다.

화두 ③ 뉴라이트·뉴레프트로 분화했나?
"이데올로기 논쟁을 걷어치워라"

이 대표 : 뉴라이트·뉴레프트 자체가 옛날 사고방식이다. 둘 다 엄청난 보수다. 옛날 논리 조금 윤색해 벌이는 소모적 논쟁일 뿐 대안도 아니다. 이런 것에 대다수 386 친구들은 관심도 없다. 논리적으로 자본주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는 중도우파, 정치는 중도좌파가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당연히 우파논리로 가야 한다. 다만, 사회복지가 건실히 되지 않으면 잘 사는 사람도 편히 잘 수 없다. 기업은 밥벌이 못하는 직원을 자를 수 있지만, 국가가 국민을 자를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이 세대는 실질적인 행복과 가치를 다듬어가는 좋은 철학과 논리를 고민해야 한다.

김경준 전무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
정부가 손 떼면 기업들이 잘할 수 있다. 이념에 찌든 정치인, 영혼 없는 관료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주겠다고 하면 ‘됐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최 대표 : 시대는 많이 진보했고, 이데올로기는 이미 20세기에 죽었다. 이제 와서 왜 또 흑백논리로 이데올로기 논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식인과 정치권이 복합적인 사회에 맞는 화두를 던져줘야 하는데, 아직도 20세기 망령이 떠돌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김 전무 : 그 점에 있어서는 다른 생각이다. 우리는 이념을 잘 정리하지 못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산업화 이후 산업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주사파는 이런 사상적 폐기물이다. 주사파적 사고가 낭만적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386이 우리 사회의 좌표를 설정하고 이끌어가는 입장이라고 본다면, 사회구조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좌우파 논쟁은 필요하다고 본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 역시 한번은 거쳐가야 할 과정이다. 일종의 새로운 사상 투쟁 시기다. 이를 통해 현실에 맞지 않는 이념은 걷어차야 한다. 덧붙이자면, 시장과 자율이라는 원칙 아래 큰 정부의 어쭙잖은 개입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또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운동권 386은 꺼져라’. 정치권 386은 사물을 보는 시각도 비현실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것도 입증됐다. 또한 386 전체 스펙트럼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각 분야 전문가 그룹에 속한 386의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

이 대표 : 동의한다. 386 운동권은 소수다. 우리 세대 절대 다수는 뉴레프트·라이트에 관심이 없다. 80년대 대학생은 조금 더 민주화되고, 갖춰진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투쟁한 것이지, 그들 모두가 이념에 경도된 것은 아니다. 그 순수함을 인정해야 한다. 때문에 이념으로 가지 말고, 나라와 조국을 사랑했던 수많은 서민의 순수한 마음과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고 본다.

화두 ④ 2007년 대선 어떻게?
"비전과 전략이 있는 후보를 뽑자"

최 대표 :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사실 잃어버린 10년이란 없다. 그래도 교훈은 남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은 이론적인 논리로 우왕좌왕했던 시절이었다. 국가적인 좌표 설정이 없었고, 통합의 지도력과 노련한 경험이 부족했다. 지금은 냉소주의만 팽배한 지경이다. 우리는 ‘왜 우리에게는 괜찮은 지도자가 없을까?’하고 고민한다. 결국 괜찮은 지도자들이 올라올 수 있는 사회제도, 지도자 발굴·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 군사독재 시대부터 내려왔던 권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수평적인 민주사회가 됐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것은 진보 세력에 의한 진보 세력의 몰락이다. 솔직히 이대로 가면 정말 진보가 필요한 순간 말살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최홍 대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주택과 교육 문제다.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산층이 빈민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회구조로 가고 있다.

이 대표 : 리더십의 부재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리더십은 간단한 문제다. 비전을 제시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추진력을 갖고 일관성 있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창조력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밀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경제를 알아야 한다. 경제 메커니즘과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정확한 상(像)을 제시할 수 있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맡아야 한다.

김 전무 : 역설적이지만, 지난 4년을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은 ‘리더십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 리더십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눈으로 본 것이다.

이 대표 : 개인적으로 이 정부에게 새롭게 변혁할 수 있는 기회, 청렴하고 깨끗한 정부, 진보한 나라, 성장과 분배의 균형있는 조화를 기대했다. 그래서 386도 대거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리즘으로 역효과가 더 많았고, 실질적으로 그들이 행한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했다. 의지는 있었다고 믿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기회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 역시 역설적이지만, 정부가 차기 정부가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정치 포인트(예를 들어, 다음 정부에 부동산값은 안정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줬다는 뜻)를 만들어낸 것은 성과(?)다.

최 대표 : 리더십은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전은 전략이다. 전략은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서 내가 어디 서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에서 나온다. 이런 전략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번 정권에서 느꼈지만 비전이 있다 해도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집단이 있기 때문에 리더는 통합과 조정의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균형감각도 필요하다. 균형감각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 균형감각이 통합과 조정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청렴이 뒤따라 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김 전무 :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로마시대 황제의 책무는 정의·평화·인권 수호가 아니었다. 식량 확보·안전보장·사회간접자본의 증대가 전통적인 3대 책무였다. 추상적인 가치를 정치인이 앞세울 때 민생은 개선되지 않는다. 어쭙잖은 정치인이 민족·정의·평화를 내세울수록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훼손된다. 따라서 추상적인 가치로 사회를 디자인하려는 사람을 배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새 대통령은 사회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경제 역시 이념에 매몰된 채 시장원리를 경시하고, 정신 문제로 접근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딱 그렇지 않은가? 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는 알아서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청종 대표
미국이 우방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휘말리면 우리는 꼭두각시가 된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되, 북한을 끌어당겨 경제협력을 추진해 가야 한다.

김 전무 : 대한민국 국민은 비전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비전이 없으니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것 아닌가?

화두 ⑤ 우리 시대 화두는 무엇인가?
"시장과 자율이 우리의 지향점"

최 대표 : 비전이 없다기보다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비전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토론을 통해 나오는 것이라야 피부에 와닿는 자기 것이 된다. 현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주택과 교육 문제다. 집을 어떻게 마련하는가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수많은 기러기 아빠가 나오고 가정이 해체되는 교육 문제도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산층이 빈민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회구조로 가고 있다. 기업 문제를 보자면 뭐니 뭐니 해도 ‘규제 개혁’이다. 밖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면 규제 수준은 어마어마하다. 굉장히 후진적이다. 정부가 규제 개혁과 기업혁신을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대표 : 비전이 없지는 않았으나 유명무실해진 것 같다. 비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주 없었다기보다는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비전은 세계 속의 1위 문화국가이기를 바란다. 북한 역시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문화는 평화 가치를 내포한다. 경제를 가지고 접근하면 마음을 닫지만, 문화를 앞세우면 마음을 열 것으로 보인다.

김 전무 : 우리에게 필요한 비전은 명확하다고 본다. 바로 시장과 자율이다. 아직도 정부는 동물원 사육사 수준에서 시시콜콜 민간에 개입한다. 관료형 소프트웨어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파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공공의 몫을 줄이고, 민간 영역에서 민간이 활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개혁이 중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경쟁력도 중요한데, 정부가 손을 떼면 기업들이 알아서 잘할 수 있다. 이념에 물든 정치인, 영혼 없는 관료들이 합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주겠다고 한다면 ‘됐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최 대표 : 그동안 축적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의 양극화는 부동산과 불로소득으로 훨씬 심각해 졌다.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어떻게 성장을 유지해 갈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다. 미래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도와 중국의 성장 속에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료부터 자기 반성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특히 론스타 사건에서 봤듯이 외국자본에 대한 배척 행태를 보면 안타깝다. 토종자본과 외세자본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아직 멀었다는 것을 말한다. 의식구조의 변환이 필요한 때다.

이 대표 : 경제에 있어 화두는 중국이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합치면 양쪽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남북한의 경협 모델이다. 북한 동포에게 자본주의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통일도 가까워진다. 북한과 함께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면서 동북아 정세의 중심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100년 화두라고 본다.

“정치인 386 행태에 부채 의식 털어 ”

경제계 386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부동산 세금 문제를 어떻게 볼까?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묻자 패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경준 전무는 “종부세는 공동체의 적개심에 기대어 나온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 최홍 대표는 “의도는 불순했지만 궁극적으로 거두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양도세와 종부세를 함께 들고 나와 퇴로까지 막은 것은 전형적인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청종 대표는 “종부세를 걷는 것보다 부동산 임대 수익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해 징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서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김경준 전무는 “부자와 엘리트를 인정하지 않는 무분별한 평등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지금 우리 풍토에서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생활인 386으로서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면서 투쟁을 계속한 동료와 역사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386 대부분이 내면에 이런 의무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준 전무는 “그런 부채 의식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정치권 386의 행태를 보고 다 털어냈다”고 말했다.

정리=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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