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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자녀 '속'을 알면 부모 속 편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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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상담원 송은미 상담원이 15일 이곳을 방문한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 네 명과 함께 집단 학습유형 검사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1 내년에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성진이는 한 시간도 제대로 공부하는 법이 없다. 집중력도 부족하고 산만한 데다 "장래 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해 걱정이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은 뒷전인 데다 몇 달 전부터는 강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방학을 이용해 상담 센터를 찾은 성진이는 진로탐색 검사, MBTI 성격유형 검사,학습유형 검사를 받았다. 센터에서는 엄마도 함께 성격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검사 결과 성진이와 엄마는 정반대의 성격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진이가 외향적이고 즉흥적인 반면 엄마는 내향적이고 계획을 중시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진로탐색 검사에서도 성진이는 '사회형'과 '예술형'으로 영업직이나 서비스직, 예술적인 직업에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습유형 검사는 성진이가 모험심과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므로 체험학습이나 그룹별 모임에 흥미를 느낀다는 진단을 내렸다. 수학 공부는 문제풀이보다는 게임 형태로 하고, 언어영역도 강의식보다는 소설 읽기 등을 통한 토론식 수업이 효과적이라는 구체적인 처방도 나왔다. 한편 성진이 엄마는 '비난하지 말고 아이와의 성격 차이를 인식하라'는 것과 '아이의 특징에 맞춰 기대를 조절하라'는 해결책을 얻었다. '규칙을 강조하기보다는 동기를 일깨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의도 들었다.

#2.초등학교 6학년인 수현이는 말이 없고 우울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성적도 하위권이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가 많다. 쉬운 일인데도 혼자 힘으로 해내지 못하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년에 중학교에 가는데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할까봐 걱정이다. 상담센터에서 수현이는 지능 검사와 MMPI(다면적 인성검사)검사를 동시에 받았다.

검사 결과 수현이는 지능지수가 85로 평균보다 낮은 편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낮은 지능지수로 인해 학습 능력이나 일상생활의 판단력도 남보다 떨어졌던 것이다. 인성검사에서의 '우울 성향'은 또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집에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 결과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전문가는 수현이 엄마에게 '성취를 강요하지 말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거나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기대치를 낮추고 용기를 북돋우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능검사.성격검사.적성검사 등 각종 검사는 아이의 특징과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란 믿음이나 '부모 눈이 제일 정확하다'는 이유로 막상 검사나 진단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학기 중에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가 많아 검사가 어렵다. 방학은 이런 검사를 통해 아이의 문제점이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이영선 선임상담원은 "아이의 특성을 알아야 가장 적합한 '베스트 교육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검사가 좋을까=현재 시중에서 받을 수 있는 검사는 크게 성격 검사, 지능 검사, 진로 검사, 학습유형 검사로 나눌 수 있다.

성격 검사는 아이의 성격을 정확히 진단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아이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 부모와 아이가 동시에 성격 검사를 받으면 한결 쉽게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종종 우울 증상이나 불안 증상을 보여 우려되는 경우도 성격 검사를 받으면 상태의 심각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지능 검사는 아이의 지적 능력을 평가할 뿐만 아니라 성격상의 문제점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성격상의 문제를 나타내는 아이들도 자신의 지능에 비해 주변의 기대치가 높은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능 검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으면 부모의 기대치와 아이의 능력 사이에 정확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다른 검사들과 더불어 아이의 영재성을 알아내는 기본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진로 검사는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알려준다. 검사 결과와 관련된 직업군과 직업 특성도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에게 학습의 동기를 주기 좋다.

최근에는 단순히 적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진로적성 검사),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직업흥미 검사), 그 직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진로성숙도 검사), 직업을 통해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지(직업 가치관 검사) 등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는 검사도 있다.

학습유형 검사는 아이의 성향과 학습 패턴, 부모의 바람직한 교육법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검사다. 성적이 부진하거나 학습 동기, 의욕이 없는 아이의 경우 검사를 통해 학습 방법의 문제점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상위권인 경우도 진로 탐색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디서 받나=대부분의 검사는 그 자체보다 정확한 진단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공인된 검사지를 선택하고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의 해석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국무총리 산하의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는 성격 검사, 지능 검사, 학습유형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석.박사급 연구원이 검사 후 해석과 진단도 해준다. 또래별로 모아 집단으로 검사를 받고 상담을 진행하는 '학습클리닉' 등의 집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시.도별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다 상세한 진단과 처방까지 원한다면 사설 연구소나 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좋다. 사설 기관에서는 진단과 함께 처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사설기관을 찾을 때는 전문가급 연구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해석과 진단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글=김은하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20일자 C1면 '자녀 속을 알면 부모 속 편해져요' 기사 관련 표 중 호연심리상담센터 전화번호는 '02-555-9197'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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