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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은 메이저 영 총리(국제정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유연한 통치력 구사/처칠 이래 “최고점수”/당 수습·걸프전 이겨 인기 급상승/인두세 재검토등 「제목소리」시동
존 메이저 영국 총리(47)가 지난 7일 취임 1백일을 맞았다.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 사회 밑바닥에서 영국 정치의 최고지도자에 최연소 나이로 올라선 그가 「총리연습기간」을 끝낸 것이다.
메이저 총리의 연습기간에 대해 영국 정치계는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라이벌 정당인 노동당에 10% 가까운 격차로 뒤졌던 보수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 1월 중순 5% 차이(46%대 41%)의 리드로 반전됐고 걸프전쟁 종전 직후 메이저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처칠 전 총리에 이어 30년만에 사상 최고로 치솟고 있다.
「철의 여인」대처 전 총리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보수주의로 빚어진 당 내분을 성공적으로 수습,당내의 좌파·우파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도 받고 있다.
메이저 총리에 대한 이같은 인기는 대처 전 총리와는 대조적인 신중하고 민주적인 스타일 덕택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보수당 내분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대처 전 총리의 유럽공통체 문제에 대한 감정적 반대자세를 EC 통합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영국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전환했다. 그는 또 보수당에 대한 국민지지율 하락원인인 주민세(일명 인두세)도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약,반대를 무릅쓴 무리한 정책추진방식을 탈피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메이저 총리는 취임 1백일동안 운도 좋았다.
외무장관 경력 3개월의 짧은 외교업무수행 경험이 전부였던 그가 총리가 된후 걸프전쟁이란 기회를 맞아 다국적군에 적극 참여하는 「손쉬운 선택」을 했고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
이와 더불어 80년대 후반 계속됐던 높은 인플레·실업증가 등 경기침체는 지난해부터 금리가 하락하면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 호기를 맞아 메이저 총리의 보수당 정권은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1년 앞당겨 오는 6월 총선을 실시하자는 논의를 활발히 진행중이다.
보수당의 정강정책 입안자들은 지난주초 보수당의 경제·외교·환경·복지·교육 등 모든 부문에 대한 당 강령을 정비,메이저 내각에 초안을 제출했으며 메이저 내각은 이를 수정·보완,이달말께 확정할 예정이다.
총리연습기간을 마친 메이저 총리의 「독자적 목소리」가 곧 구체화되는 것이다.
영국 언론에 보도된 메이저 내각의 정책은 대처 전 총리의 모난 부분을 다듬은 「노선은 같되 방법이 다른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메이저 총리는 『나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순수하다』는 말로 이같은 정책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모든 정책을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좌우되지 않고 「문제해결위주」로 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달말 확정되는 메이저 내각의 보수당 강령발표는 총선을 1년 앞당겨 실시할 의사를 분명히 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비록 지난주 잉글랜드 북부 보수당의 아성인 리블밸리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중도자유당에 패배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보수당의 승리 가능성은 높다.
『승리의 확신이 서기전까지는 총선실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메이저 총리 측근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 총리는 보궐선거 패배원인이자 보수당의 최대약점인 주민세를 재검토할 방침을 점점 분명히 함으로써 착실히 총선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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