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불량국 → 핵 관리국' 격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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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 나오면서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와 협상 지위의 격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핵군축협상을 수용할 경우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하려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 핵군축회담을 하게 되면 과거 미.소가 핵군축회담을 했던 것처럼 소련에 가까운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은 파키스탄 수준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핵확산 방지조약(NPT)에 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지 않아도 되는 면책특권이 생긴다. 북한이 핵불량국에서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핵관리국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핵군축회담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이 핵군축회담을 들고 나오면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전문가들으로 예상해왔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군축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일종의 시간벌기 전술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북한은 미국이 핵군축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제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군축회담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핵군축회담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시간을 벌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김 박사는 전망했다. 올 10월 9일 핵실험에 부분적으로 성공한 북한은 핵무기를 더 완전하게 개발하고 더 많은 플루토늄을 확보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속셈이라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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