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후보해야 할 사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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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꿈같은 얘기지만 한번 현실이 되어봤으면 좋겠다. 정치풍토의 대청소 말이다. 우선 기초의회 선거부터 그것이 이루어지면 당장 나라의 공기가 바뀌고,국민들도 머리가 맑아져 살맛이 날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읍면동 기초의회 선거라면 내심 골목대장을 뽑는 것 쯤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하기 나름이지만 헛기침 하며,어디 공돈 챙길 일이나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국회의원보다는 백배 높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지방의원이다.
기초의회 의원들은 월급도 없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도 없다. 하는 일도 구름잡는 웅변이나 위선적인 고담준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역사회,동네의 민생환경과 주민복지에 관한 일이다. 얼마나 실속있고 명예롭고 보람있는 일인가.
이런 자리는 아무나 앉아서는 안된다. 입후보자들의 얼굴이 달라져야 한다. 가령 대학 총장 퇴임자나 정년퇴직한 대학교수,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중에서 주위의 눈흘김 받지 않는 사람,공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행정의 푼수를 아는 사람,50대 이상의 정숙한 가정주부로 시간여유가 있는 여성,학력은 될수록 높은 사람,또하나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사람….
이쯤되면 국회의원을 하지 누가 동네의회 의원이 되겠느냐고 냉소할지 모른다. 바로 그런 생각이 문제다. 우리가 그 신물나고 구역질나는 정치풍토를 밀어내고 새 정치를 경험하려면 그런 틀에 박힌 생각의 껍질을 대담하게 깨고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탈바꿈도 없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나 같다.
모두가 꿈같은 기대지만 만일 이번 기초의회 선거에서 그런 청신한 기풍이 일어나고,실제로 앞서의 요건을 갖춘 인사들이 우르르 나서면 선거의 모양이 바뀔 것이다. 돈을 안써도 당선은 보장될 것이고,따라서 허황한 욕심품고 어디 정치나 한번 해볼까하는 무리들을 머쓱하게 만들 것이다. 땟물이 흐르는 국회의원들도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
정치풍토는 이때 비로소 대청소가 되는 셈이다. 당선이 된 당사자들도 명예롭고 남보기에 떳떳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주민자치와 참여를 위한 시민연대」운동도 그런 방향으로 전개되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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