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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당신의 목은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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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두개 골절로 인한 뇌진탕과 함께 낙마로 인한 경추(頸椎) 손상이 유력한 사망원인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적으로 목은 대단히 취약한 부위입니다. 대나무 마디처럼 연결된 7개의 경추가 무거운 머리를 하루종일 지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경추 속에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중추신경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맥박과 호흡 등 필수적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연수와 뇌간이 경추를 통해 대뇌와 연결됩니다. 알다시피 신경조직은 두부처럼 부드럽고 연약해 경추가 조금만 부러지거나 휘어져도 타격을 받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던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도 낙마사고로 수년 전 사지가 마비되었다가 얼마 전 숨진 바 있습니다. 교수형의 원리도 흔히 알고 있듯 질식사가 아니라 밧줄에 체중이 한꺼번에 걸리면서 목뼈가 부러지는 경추골절입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은 특히 목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목뼈를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춥더라도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걷지 마십시오. 넘어질 때 충격이 고스란히 목뼈로 전달돼 골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의과대학 교수 한 분도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다 미끄러지면서 사지 마비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의 등을 반갑다며 뒤에서 갑자기 세게 내려치는 행위도 대단히 위험합니다. 목이 뒤로 꺾이면서 목뼈를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구경시켜준다' 며 어린이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리는 어른을 가끔 봅니다만 정말 위험천만한 행동입니다. 안마나 마사지를 받을 때도 목은 조심해야 합니다. 갑자기 목을 꺾거나 세게 누르다가 목뼈를 삐끗해 낭패를 겪는 사람을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스키장에서 직활강 충돌도 이맘때쯤 목뼈를 다치는 흔한 사례입니다.

평소 목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손바닥을 이마와 뒷머리, 좌우 옆머리에 각각 갖다댄 채 수초 동안 목에 힘을 주며 손바닥 쪽으로 밀어내는 자세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경추 주위 근육을 강화해 만일의 경우 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자고 일어난 뒤나 컴퓨터 작업 후 자주 목이 뻣뻣함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권장되는 목근육 강화운동입니다. 목은 정말이지 백번 조심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장기입니다.

홍혜걸 객원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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