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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권좌 유지 가능성도(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패배해도 지지는 불변/군동향·소 영향력 변수/아랍내 영향력 손상은 불가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군사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죽지않는 한 국내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후세인을 대체할 정치적 반대세력이 거의 없고 미국과의 대결이라는 후세인에 대한 특성이 이라크국민의 후세인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키면 시켰지 결코 약화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중 국민들의 고통이 컸으나 이라크인들은 이란과의 8년전쟁의 고통을 감내했고 이번 전쟁에선 빠른 종전을 원하면서도 「악의 군대」와의 대결을 오히려 긍지로 느끼고 있어 전쟁의 패배가 후세인에 대한 지지약화로는 연결되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많은 이라크인들은 40여일간에 걸친 미국과의 전쟁자체를 패배보다는 승리로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세인의 운명을 결정할 국내 요인은 이라크 군부의 동향이다.
이라크군 사기가 저하된 것은 틀림없으나 이것이 후세인전복 쿠데타로 발전할지는 의문이다.
군부동향의 가장 큰 핵심은 15만명으로 추산되는 공화국수비대의 건재여부다.
후세인에 충성하는 공화국수비대가 그동안 다국적군의 맹렬한 공격에도 불구,그 실력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면 후세인으로선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후세인이 국내외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때 가장 큰 버팀목은 소련이다.
소련은 12개의 대 이라크 유엔결의안을 지지했으면서도 최근까지 중재노력을 보이며 후세인 전복까지로 확대되지 않아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라크무기 80%가 소련제임이 증명하듯 후세인은 소련의 최대 무기고객이자 중동진출의 발판이다.
따라서 소련정치에서 군부등 강경파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한 소련은 후세인의 권력유지에 관심을 둘 것이고 후세인도 생존을 위해 앞으로 대소 의존을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후세인은 그동안 미의 종전안을 거부하면서도 소련안은 수용해왔다. 이번 철군성명에서도 전례없이 그 결정이 「소련의 조언에 따른 것」이고 소련안에 따라 철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소련과의 우호관계를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아랍세계에서 후세인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은 당분간 손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그가 미국에 장기간 대항했고 아랍의 숙원인 이스라엘 점령지 문제를 제기,아랍인들의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오히려 장기적으론 입장이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오히려 그보다는 미국과 연합해 싸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집트 정부들이 정치적 곤경을 겪을 조짐들이 이집트의 대규모 반전데모 확산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군사적으로 후세인은 많은 무기를 잃었으나 소련의 지원 결의에 따라선 재래식무기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이라크 재무장지원은 전후 중동무기 감축협상과 유엔제재의 지속여부에 영향을 받겠지만 소련의 자세는 이라크의 재무장을 지원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랍세계의 독특한 반서방·반미 시각과 소련정치의 급작스런 보수회귀가 후세인의 위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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