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표단 방일/일 정부 부산한 영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각료·정계인사와 줄이어 회담/경찰 조총련본부까지 호위도
김용순 북한 노동당 서기겸 국제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노동당 대표단의 일본방문을 하루 앞둔 일본당국은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다.
북한노동당 대표단의 일본방문은 89년 1월 사회당 초청으로 한차례 이뤄진적이 있지만 이번은 일본 여당인 자민당 뿐만 아니라 공명·민사·사민련 등 야당들도 이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어 그 격이 다르다.
특히 김서기의 일정중에는 21일 나카야마(중산태랑)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포함돼 있어 국교정상화 본교섭을 진행중인 일본측의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현직 각료가 국교가 없는 북한노동당 간부와 회담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김서기는 오는 27일까지 일본에 머무르면서 자민당의 오자와(소택일랑) 간사장,니시오카(서강무부) 총무회장을 만나 회담하는 외에도 다케시타(죽하등),와타나베(도변미지웅),미야자와(궁택희일) 등 자민당내 각 파벌 영수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도록 일정이 짜여있다.
만찬리셉션도 가네마루(김환신),이시이(석정일) 등 지난해 9월 일본 대표단을 이끈 일본 정계 거물이 각각 주최하기로 했으며,26일 밤 조총련회관에서 열리는 답례연에는 일본 정·재계에서 약 3백50명의 인사가 초청될 예정이다.
김서기 일행의 일본 방문은 당초 자민당과 사회당이 합동으로 초청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걸프사태 이후 국회에서의 의견대립으로 각각 초청,이번 일정도 25일 이후만 사회당이 맡기로 분담했다.
북한노동당 대표단은 김용순 서기 외에도 부단장 최문선(평양시 당책임서기),비서장 김양건(당중앙위 부부장),이철신(조선대외문화연락협회 부위원장),김동철(조선대외문화연락협회 국장) 등 25명의 당관계자와 10명의 기자 등 모두 35명으로 구성,일본을 방문하는 규모로는 최대급이다.
이들이 숙박할 뉴오타니호텔은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등 한국의 정당관계자가 일본방문시 자주 이용하는 1급호텔이다.
한편 동경 경시청은 18일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이틀 앞두고 지난 2년간 뉴오타니호텔을 협박,금품을 뜯어온 신생정경연구회라는 우익단체 간부 2명을 체포,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전국명(50)이라는 재일한국인이 낀 이 정치단체는 2년전 북한노동당 대표단이 뉴오타니호텔에 투숙한데 대해 불만을 품고 그후 이 호텔을 계속 위협,금품을 뜯어왔다는 것이다.
89년말 사회당이 관련된 빠찐꼬스캔들 때만 해도 조총련을 「공안감시단체」라고 주목한 일본 공안관계자들이 이번엔 이들 「북에서 온 손님」들을 귀빈으로 대우,파티장인 조총련본부까지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동경=방인철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