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세계적 음악학교 생길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나라에도 줄리어드나 커티스 같은 음악학교가 세워질 것이라는 외국음악인의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실기위주의 교육을 담당할 컨서버토리형의 음악학교 설립은 이미 국내의 뜻있는 음악인들이 수차례 주장해왔던 것.
문화부도 작년6월 발표한「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을 통해 2천년까지 세계 정상급 수준의 전문예술학교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최고 시설, 최고 교수진을 갖추는데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우리나라학생·학부모들의 맹목적인 대학선호가 걸림돌이 돼 이 계획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해왔다.
최근 외지에 소개된 미국줄리어드 음악학교장 조제프 폴리시씨의 주장은 이런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바가 크다.
그는 음악학교를 비롯한 예술교육기관들이 경제적 번영을 바탕으로 설립되는 경향을 지적하면서『만약 서구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모국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사회의 음악적 분위기를 성숙시킨다면 20∼30년 안에 세계의 명문음악학교들은 서울이나 동경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런 의견을 펼치게된 데에는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우리 음악가들의 영향이 큰 듯하다.
바이얼리니스트 김영욱·정경화씨를 비롯해 프랑스바스티유 오페라 상임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등 숱한 한국인음악가들이「동양인들은 서양음악정신을 표현할 수 없다」는 서구의 통념을 깨뜨리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 재외음악가들의 대부분은 줄리어드나 커티스같은 명문음악학교 출신인데 최근 이 학교들에는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이 크게 늘어 전체 학부생의 약36%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다른나라 재학생들은 이같은 현상을 빗대 줄리어드를「한국관」이라고 빈정댈 정도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경각심을 가지고 학업에 매진하게 됐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폴리시씨도『더 이상 유색인종 학생들을 폄할 수만은 없다』며『오히려 뉴욕을 대신해 세계의 경제중심지로 자리잡은 일본 동경이 많은 투자와 우수한 교수진의 확보로 음악교육의 패권마저 아시아로 옮겨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자성한다.
이처럼 수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국의 명문음악학교로 몰리는 가운데 국내에선 음악학교 아닌 음악대학을 고집하고 있는 현실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훌륭한 시설과 교수진을 조속히 확보, 우리 실정에 맞는 음악학교가 설립돼 대학졸업장을 손에 쥐기위해 음악을 선택하고 각종 입시관련 부조리를 유발케 하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신예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