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파업대신 대화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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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 적자터널을 벗어나 올해 비로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던 대우조선이 또 다시 분규에 휘말리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우조선의 경영개선은 세계조선경기의 회복으로 수주량이 늘어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하겠지만 정부의 지원과 회사측의 자구노력에도 힘입은 바 컸다.
정부는 1천5백억원을 추가 융자해 주고 부채 2천5백억원에 대한 이자를 감면해 주었으며 회사측도 6천8백90억원을 투입했다. 또 근로자들도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생산성 향상운동을 벌여왔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로 드디어 올해 대우조선은 8백여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흑자전망이 서자마자 그것도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파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으니 안타까움이 앞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임금인상등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쟁의를 벌이는 것 역시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는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올해 흑자 전망이 섰다고는 하지만 대우조선의 재정기반은 아직도 취약하며 최근 다시 걸프전등으로 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여 회사의 안정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우조선의 파업에는 임금문제뿐 아니라 인사위원회 및 징계위원회에의 노사동수참여,무노동 무임금 철폐등의 안건들이 근로자측에 의해 제기되어 있다. 근로자측이 이러한 신분보장책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우리의 여건과 기업현실에서 볼때 이는 파격적인 요구라 할 것이며 따라서 타협의 여지는 없이 대결로만 치닫기가 십상이다.
가뜩이나 이른바 「춘투」가 다가오고 있고 대기업노조연대회의가 결성되어 있어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우조선이 새로운 사회불안의 기폭제가 된다면 그것은 대우조선 노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근로자들이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한 노동운동이 하나같이 실패했음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우근로자들 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 물가고가 걸프전,수출부진등 전반적인 경제사정에서 비롯되는 것임은 우리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동운명체적인 인상아래 고통을 분담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서지구사건등으로 해서 사회불안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노사분규마저 겹치고 보면 사회불안은 더욱 더 증폭돼 경제사정을 악화시킬 것이다.
근로자도 살고 기업도 살아야 한다. 다행히 대우조선 노사는 협상은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대우조선 노사가 대국적인 견지에서 타협점을 찾아 산업평화의 모범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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